2금융권 연 10%대 상품 잇따라조건 많아 실제 혜택 미미홍보용 미끼상품 지적
  • ▲ 지난 10월 서울 관악신협 앞에서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번호표를 뽑은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10월 서울 관악신협 앞에서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번호표를 뽑은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신협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고금리 특판 적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부 적금의 경우 연 10%대 상품도 선보이고 있지만 기본금리는 낮게 책정하고 우대금리 비율을 높여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저 가입자만 늘리려는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1·2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적금은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이다. 금리가 최고 연 13.7%에 달하는 데다 월 최대 불입액은 50만원, 가입 기간은 12개월로 조건이 좋아 출시 2개월 만에 2만 계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행운 번호를 추첨하는데 당첨이 돼야 이벤트 우대금리인 1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품 판매 기간에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540명에 불과했다. 당첨되지 않는다면 상품 금리는 연 3.7%로 대폭 낮아진다.

    지난 7일 우리은행이 출시한 '데일리 워킹 적금'도 최고 연 11%를 제공하는 적금으로 각광을 받았다. 무엇보다 사전모집을 통해 접수한 10만명에 한해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매일 1만보 이상 걷기만 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해 비교적 손쉽지만 월 최대 불입액 30만 원에 6개월 만기라 이자는 최대 약 5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기본금리는 연 1%에 불과하다.

    웰컴저축은행도 걸음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10% 금리까지 받을 수 있는 '웰뱅워킹적금'을 출시했다. 걸음 수에 따라 제공되는 우대금리는 최소 100만보에서 최대 500만보까지 달성 구간에 따라 적용돼 최대 8%p가 지급된다.

    해당 상품은 출시 이틀만에 5000좌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12개월 단일 약정 상품으로 기본금리는 연 1%인데다 월 불입액은 최대 20만원에 불과했다. 

    급기야 농협이나 신협 등 일부 상호금융권에서는 8~10%대 고금리 적금 상품을 특판으로 판매했다가 고객을 상대로 해지를 읍소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도를 설정하지 않거나 대면 상품을 비대면으로도 허용하는 등의 실수를 저질러 목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모집된 탓이다.

    이런 고금리 특판 상품이 등장하는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시중은행이 은행채 대신 수신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하자 2금융권도 덩달아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아둘 대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연 10%를 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은 이미지 제고 측면이나 홍보용 목적이 강한 만큼 만기가 짧거나 납입 한도가 낮아 이자 혜택은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우대금리 조건이 적고 예치금액에도 제한이 없는 정기예금 상품들이 뭉칫돈을 굴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