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3사, 롯데-태영-한신 등급 전망 내려분양경기저하 PF 우발채무 리크스 현실화자금조달 차질…유동성 위험, 금융권 전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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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9월 레고랜드 사태이후 PF 부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금융시장 경색으로 단기 유동성에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대형건설사들의 이같은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자금을 조달해준 금융권까지 전이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롯데건설(신용등급 A+)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으면 6개월~1년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다.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재무부담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지난달 기준 롯데건설은 내년 상반기까지 12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동화증권 만기가 예정돼 있다. 레고랜드사태 이후 PF 유동화시장이 경색되자 롯데건설은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매입해 왔다.롯데건설은 17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9000억원의 계열사 대출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신평사의 평가다. 내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할 PF 우발채무만 3조4000억원이지만 보증을 선 PF 사업장 중 75.4%는 아직 착공을 못했다.배영찬 한기평 실장은 "11월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5조8000억원으로 개별 건설업체중 가장 큰 규모"라며 "최근까지 매입한 PF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내년 1분기까지 3조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고 설명했다.이어 "부동산경기 하락이 본격화되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난데다 개별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할때 롯데건설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한신평과 한기평은 또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신용등급 A)과 한신공영(신용등급 BBB+)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한기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9월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 441%, 46%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11월말 기준 PF 우발채무가 2조1000억원 규모로 일부 우발채무 위험이 현실화하며 실질적인 PF 우발채무 부담이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설명이다.홍석준 한신평 실장은 "부동산경기 악화와 금리상승, 레고랜드사태 등으로 자금 대여와 자체 유동화증권 매입 등 자금 소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보유 유동성 대비 과중한 차입부담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신공영의 경우 지방소재 자체사업을 다수 진행하고 있어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11월말 기준 PF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 및 자금보충 규모는 2951억원이다.한신공영은 현재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대전 한신더휴 리저브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등 전국 11곳 현장에 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홍석준 실장은 "수익성 저하와 자체사업 추진에 따른 용지 관련 자금 소요로 9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6434억 원으로 증가했다"며 "분양실적이 부진해 이미 투입한 영업자산의 회수 시점이 불확실해졌고 신규 용지매입 지출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재무 부담 완화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앞서 한신평은 13일 동부건설(신용등급 BBB)의 등급 전망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시간을 두고 상당수 건설사에 대한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셈이다.그간 저금리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온 부동산경기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등급 상향세를 이어갔다. 나신평 기준으로 지난해 GS건설이 'A0'에서 'A+'로 올라섰고 한라(현 HL디앤아이한라)는 'BBB0'에서 'BBB+'로 상향 조정됐다. 이어 올 6월에는 대우건설이 'A-' 등급에서 'A0'로 조정되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주택부문의 영업 실적 호조와 해외공사 위험과 관련된 익스포저 등이 줄어든 영향이었다"며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호조에 힘입어 재무 완충력을 쌓아가면서 업계 전반의 신용등급 상승세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올해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거래 감소로 주택가격이 하락 전환한데다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업황 불안감이 가중됐다. 레고랜드 ABCP 사태로 부동산 PF시장이 얼어붙자 유동성 대응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단 곳들은 앞서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업체로 언급됐던 곳들"이라며 "이번 단기 신용평가 과정에서 실적은 물론 최근 이슈가 된 PF 보증 부분 또한 살폈고 4분기 또한 좋은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각종 리스크를 고려해 전망이 변경된 것"이라고 말했다.건설사들의 신용등급 방어에 대한 업계의 전망도 어둡다. 부동산경기 회복 등이 요원한 만큼 이들의 등급 방어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결국 등급 하락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또다른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 등이 풍부한 건설사는 우려에서 비껴갈 수 있겠지만 펀더멘털이 탄탄하지 않은 곳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대부분 주택사업 초기단계라 상대적으로 자금 투입이 적었지만 후반부에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업황 불안속 대응력에 따라 등급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에서 시작된 PF발 신용위기가 자금을 댄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PF 부실이 촉발한 2011년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이경록 신영증권 크레딧 담당 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의 하락률과 미분양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설사의 운전자금 부담과 PF 연계 금융기관의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며 "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었던 사업장이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실제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안전보고서를 보면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0월 23.6에 이어 11월 23.0으로 2개월 연속 '위기' 단계 수준인 22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FSI가 위기단계에 진입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 24.7 이후 처음이다.한은은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우발적 신용 사건(레고랜드 사태)까지 가세하면서 채권·단기자금 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제약됐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