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한화 품으로…국내외 결합 심사 남아경쟁력 제고·인력 이탈 등 최우선 과제유증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 전망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면서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라는 설움을 털고 21년 만에 오너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부재했던 과감한 의사 결정과 속도감 있는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한화그룹과 회사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에 따라 한화그룹은 약 2조원 규모의 지분 인수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아직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필요 인허가 절차가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이종 업종인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만큼 과거 현대중공업의 인수 추진 때처럼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인수에도 국내 조선 3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데다 앞서 EU가 우려했던 LNG운반선 독과점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해양은 21년간 주인 없는 신세였다. 1999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중공업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후 대우조선공업과 대우종합기계로 분할했다. 

    대우조선공업은 2년 만인 2001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이후 산은 주도하에 수차례 매각작업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 기업결합 이후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할 문제점으로 장기 경영전략 수립으로 봤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화가 조선업계에서 대우조선만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 올릴지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짜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오너 리더십이 있었다면 산은 지원 아래에 있는 대우조선은 그런 강한 경영 리더십이 부재했다”며 “한화는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인력을 못 빠져나가게 할 것인가를 대우조선 경영전략에 잘 담아내야 한다. 유동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는 2차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9월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 1433.6%, 순차입금은 1조9286억원에 달하며 2조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부채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는 더욱 열위한 상태다.

    하지만 재무구조 문제는 인수 완료 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구조가 안정화되고 재무안정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본계약 체결 이후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을 ‘긍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하며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봤다. 현재 한기평은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을 ‘BBB-’로 부여하고 있다.

    한기평은 “2조원의 증자대금 유입 시 부채비율이 410.1%로 하락하고 순차입금이 크게 축소되는 등 전반적으로 재무 부담이 경감할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통해 향후 조업량 확대 과정에서 예상되는 운전자본 소요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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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지원가능성이 커진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출혈경쟁을 유도했던 저가수주도 대우조선이 주인 있는 회사로 거듭나면서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 빅3가 이미 3년치 수주잔고를 채웠고 LNG운반선 시황도 내년까지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 인력 부족으로 수주를 해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주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출혈경쟁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며 “다만 담합까진 아니더라도 서로 심각한 경쟁을 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력 확충 문제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최근 대우조선은 잇단 인력 이탈에 임금 정상화에 나섰다. 2009년 1월 이후 입사한 생산직·사무직을 대상으로 호봉을 최대 10호봉 인상하며 과거 조선 경기 침체로 인해 삭감했던 직원들의 임금을 복구시켜 인력난을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다.

    노동청이 지난 9월 발표한 ‘동남권 조선업 인력수급 대책’에 따르면 전국 조선업 피보험자는 올해 5월 기준 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00명 줄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업체가 있는 경남 거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 대비 10.2%에 해당하는 4000명이 현장을 떠났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에서는 한화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협력사·기자재업체 등 지역 조선산업 생태계의 안정적 유지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 인력난 문제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산업적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인력난 해소 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 도입 확대와 특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