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까지 호조세를 보였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의 봉쇄조치에 하반기 들어서는 악재에 휘청였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가 뚜렷해지면서 반도체 업계는 역대급 한파에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이에 반도체 가격은 2달러 초반대까지 주저앉으면서 업계의 어려움을 더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반도체 업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기업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을 걷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이어진 호조세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며 가격으로 이어지자 상황은 급반전된 상황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를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9월까지 D램 가격이 4달러대를 유지하다 10월 9.51% 하락한 3.71달러로 낮아진데다 올해 1월 8.09% 추가 하락으로 침체기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3달러대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실적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 기여가 컸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와 러시아발 리스크가 겹치며 반도체 수요 급감과 가격 하락이 이뤄졌다.
또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다양한 규제 안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고 자국 및 동맹국 기업에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 제한까지 요청했다.
8월에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 내 생산시설은 중국 기업 소유라는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됐다.
이에 D램 가격은 올해 7월 14.03% 급락했으며 8월에는 1.04% 추가 하락하며 2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DS(반도체) 부문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49.1%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크게 줄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반도체 업계도 투자 속도 조절에 돌입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이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상태다. 투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생산 조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지난 역사 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다운턴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반도체 시장도 어둡다. 4년 만에 역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4.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WSTS는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1% 감소한 약 5565억 달러(약 738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WSTS는 올해 초 내년 시장 성장률을 5.1%로 예측했다가 8월에 4.6%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수정하며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내년에 전년 대비 17% 감소한 1120억 달러를 보이며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