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국 아파트가격 7.2% 급락…2년전 영끌·공황매수로 13.25% 폭등12월 마지막주 일주일만 0.76% 하락…2012년 5월 통계집계후 최대낙폭 실거주의무폐지, 1주택자 상급지 '갈아타기' 예상…"매입수요 소폭 늘것" 고금리·DSR규제 여전…"美금리인상 외부요인 국내정책만으로 상쇄 어려워"
  • ▲ 서울 아파트·빌라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빌라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뺀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 시장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올 상반기까지 금리인상이 예고된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전문가 견해다. 

    특히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거래규제만 완화하고 있어 서민·실수요자 보다 투자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 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해제 △전매제한완화 △실거주의무폐지 등 조치로 전국이 금융·세제·청약·정비사업 관련 '규제패키지'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개선에 나선 것은 최근 집값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대출규제로 거래가 끊기고 이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면서 청약·분양·정비사업 각 부문에서 빨간불이 켜지자 시장회복을 위해 규제지역해제 카드를 긴급 처방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작년 한해 전국 아파트값은 7.2% 하락했다. 2년전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공황매수로 13.25% 폭등한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이러한 하락추세는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 폭이 더욱 커졌다. 12월 마지막주에는 한주만에 아파트값이 0.76% 떨어지며 부동산원이 관련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번 조치로 꽉 막혔던 주택거래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수요와 외지인 투자가 몰리는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의 경우 1주택자의 '갈아타기'가 예상된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규제지역 해제로 세제 및 대출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실수요자의 주택매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특히 이번에 규제가 풀린 경기과천·광명·성남·하남 등은 수요자 관심지역으로 매입수요가 소폭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 방침대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된 2~5년 실거주의무가 폐지되면 그동안 대출이나 실입주가 쉽지 않았던 일부수요층이 전세를 통해 입주잔금을 마련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퇴로가 열릴 것"이라며 "규제완화가 소급적용될 예정인 만큼 기존 서울을 중심으로 수분양자의 분양권전매도 소폭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이 여전해 바닥을 친 시장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2.88%에서 작년 11월 4.74%로 1년여만에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DSR규제도 주택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1억원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된다.

    최근 집값이 꾸준히 하락중이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주택구입시 대출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금융공사(HF) 조사결과 작년 3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이후 가장 높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장기적 정책방향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 가시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향이라는 외부요인 영향을 규제완화 같은 국내정책으로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에 청약이 몰릴 순 있지만 현재 중도금집단대출 이자가 7%대를 기록하는 등 여신부담이 큰 상황이라 2020~2021년 수준의 청약호황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월세 등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실거주의무 폐지로 신축아파트 전세매물이 늘면 전셋값이 하락할 수 있지만 이는 특정지역과 단지에 국한된 것으로 전체 시장방향을 움직이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전면 해제되면서 향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DSR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자본이 부족한 서민·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올해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고 은행권 DSR규제에 따른 가계 유동성축소 분위기가 지속중이라 규제완화 수혜가 소득·자산이 적은 무주택 실수요층까지 전해지기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빠지고 각종 정책효과가 집중되면서 지방 비규제지역에 대한 외부수요 유입은 오히려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소장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이 완화됐지만 DSR로 인해 소득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여전히 주택매입 및 보유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규제완화 대책은 현금보유자나 갈아타기를 계획중인 유주택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