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관과 통계수치 괴리감 커…소비자혼란 가중신뢰도 '뚝'…투명성제고·독립성보장 등 검토돼야
  • "그래서 하락폭이 커진 겁니까, 작아진 겁니까."
    최근 만난 한 취재원은 왜 집값통계마다 결과가 제각각이냐며 기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기관마다 통계산정과 조사방식이 달라 그렇다는 뻔한 대답을 하자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고 이해되지 않는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부동산통계에 대한 신뢰도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최근인 지난주만 해도 기관마다 상이한 통계결과를 내놨다. 

    지난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주 서울아파트값은 -0.45%로 전주 -0.67% 대비 하락폭이 둔화했다. 정부의 전방위 규제완화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아파트값 하락폭이 2주연속 줄었다는 게 부동산원 설명이다.

    하지만 하루뒤인 13일 또다른 통계기관인 부동산R114는 1월 둘째주 서울아파트값이 -0.09% 떨어져 전주 -0.04%보다 하락폭이 2배이상 커졌다고 밝혔다. 같은기간임에도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서울아파트값 낙폭에 대해서도 기관들은 각기 다른 통계를 내놨다. 

    부동산원은 작년 한해동안 서울아파트값은 7.20%, 전국아파트값은 7.25% 하락했다고 발표한 반면 KB부동산은 서울은 -2.96%·전국 -3.12%, 부동산R114는 서울 -1.45%·전국 -2.01%로 부동산원보다 하락폭이 훨씬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론상 통계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이유는 통계산정과 조사방식 차이 때문이다.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은 주요아파트 표본을 정해 시세를 산출하고 부동산R114는 120만가구를 전수조사한다.

    또한 부동산원은 전문조사원이 호가·실거래가 등을 조사해 시장에서 거래가능한 적정가격을 정하는 반면 KB부동산과 부동산R114는 중개업소 관계자가 시세를 입력하고 추가 검증하는 방식이다. 

    부동산통계에 대한 논란은 지난 정부때에도 불거졌다. 특히 정부의 공식 부동산통계기관인 부동산원이 집값을 두고 왜곡된 결과를 발표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20년 7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집값이 11% 올랐다고 해 뒷말을 낳았다. 민간조사기관인 KB부동산이 당시 서울집값 상승폭이 34%에 달한다고 발표한 것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집값통계 왜곡·조작의혹이 불거지면서 감사원은 부동산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부동산원 조사원이 입력한 서울아파트값 수치와 발표된 수치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큰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부동산원은 조사표본을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늘리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덕분에 정부가 그 어떤 부동산대책을 내놔도 침체된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좋은 정책이 기반이 된다. 더욱이 부동산이 국민자산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통계 신뢰도와 정확도는 민생과 직결된다. 부정확하고 오락가락한 통계는 시장과 실수요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와 부동산원은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 통계산정 및 조사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정부주도의 통계왜곡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더불어 부동산원 등 통계기관을 정부로부터 분리해 일정부분 독립성을 갖는 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통계는 정치적 산수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