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감산 없다" 재차 강조글로벌 1위 삼성 혹한기 전략에 파장 확산앞서 감산·투자축소 발표 후발업체 '직격탄'과거와 다른 혹한기 진폭, 선제적 대비… 올 시장 판도변화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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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왔던 생산 기조를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갈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10여 년 전 반도체 불황기와 달리 현재는 시황에 상관없이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선 꾸준한 투자와 생산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좋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CAPEX)와 생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삼성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이 같은 반도체 투자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표현으로 이번 4분기 실적발표에서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황을 타지 않는 일관된 투자와 생산 계획을 이어갈 것이라는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그러다 지난해 4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사실상 '수요절벽'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이 완고했던 무(無)감산 기조를 벗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특히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이 '인위적인 감산' 카드는 꺼내지 않더라도 '자연적 감산'이나 '기술적 감산' 등은 충분히 활용할 때라는 추측이 힘을 얻었다. 실적 핵심인 메모리 사업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지면 삼성도 기존 입장에서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본 것이다.하지만 삼성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비교적 단호하게 올해 설비투자나 생산 관련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다는 평가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반도체 수요 급감 시기에 투자 계획을 기존처럼 가져가는 것이 수요 회복 이후에 결정적으로 초격차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내부 입장을 더 공고히 했다고도 풀이된다.삼성의 이 같은 결정에 앞서 감산이나 투자 축소, 지연 등을 선언한 후발업체들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메모리 시장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 4위 키옥시아 등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산에 돌입해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고 설비투자도 내년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이런 가운데 1위 삼성이 감산 없이 투자를 지속해 혹한기 버티기에 들어가면 후발업체들이 받게 될 타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1위 삼성도 메모리 사업에선 사실상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적자는 불 보듯 뻔하고 이제는 누가 더 적자폭을 키우지 않고 침체기를 버텨낼 수 있는가하는 생존의 문제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삼성은 이번 반도체 혹한기가 과거 10여 년 전 시장 침체기와는 달리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메모리 시장 전망에 대해 삼성전자는 여전히 수요에 대한 우려가 깊은 가운데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고용량 메모리 채용 분위기가 이어지고 서버향 신규 플랫폼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첫 단계에 있어 예상보다 업황이 빠르게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봤다.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컨슈머 기기인 스마트폰이나 PC 등은 고용량 채용 기조가 뚜렷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모바일은 가격 탄력성을 기반으로 고용량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모바일 채용량 성장률은 D램의 경우 10%수준, 낸드플래시는 10% 후반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서버는 상대적으로 가격 탄력성이 제한적이지만 신규 플랫폼으로 전환되면서 코어 수준에 따라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늘어 D램의 경우 20% 이상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DDR5의 경우 예상 대비 초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이처럼 업계 독보적 1위인 삼성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버티기'를 선언하면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시장 분위기가 기존 전망 대비 꽤나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여전히 수요가 회복되는 속도지만 삼성의 이 같은 전략으로 혹한기 주기가 어떻게 변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