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제한'으로 영풍 25% 의결권 무력화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 19명 상한 안건 가결최 회장 측 추천 이사 7명 전원 이사회 진출MBK "상호주 제한 위법…법적 절차 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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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고려아연 주총 현장. ⓒ서성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이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상호주 제한’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주효했다.영풍의 의결권이 무력화함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등 최 회장 측이 제안한 핵심 안건이 모두 주총에서 가결됐다. 아울러 최 회장 측 신규이사 후보 7인 모두 이사회에 입성, 이번 임시주총은 MBK 연합의 참패로 일단락됐다.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의 임시주총에서는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신규이사 후보 7명 전원이 선임됐다. 반면 MBK 연합 추천 후보 14명은 모두 선임이 부결됐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진은 기존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1명에서 최 회장 측 18명, MBK·영풍 측 1명으로 더 벌어지게 됐다.최 회장 측이 전날 꺼내든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치가 막판 뒤집기 카드로 주효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정밀과 최 회장 및 그 일가가 보유한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575억원에 장외 매수했다고 밝혔다.이 지분거래로 ‘영풍→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됐고,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를 활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무력화했다.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한 기업의 자회사가 그 모회사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면 기업에 대한 의결권은 사라진다. 이에 고려아연 지분 25.42%를 소유한 영풍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도 0%이 된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
- ▲ 23일 고려아연 주총 현장. ⓒ서성진 기자
MBK·영풍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법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국내 기업에만 해당하며, SMC는 외국기업이자 유한회사여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MBK는 이 점을 들어 반박의 수위를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영풍의 의결권이 무효화된 가운데 진행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19명 이하 제한 등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정관 변경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앞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선임안’을 법원이 금지한 만큼 이날 이사 선임은 일반투표로 진행됐고, 다음 주총부터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가능해졌다.이사 선임 수 표결이 끝난 뒤 김광일 MBK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은 주총장을 퇴장했다. MBK 연합 측은 임시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MBK 측은 주총장 퇴장 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임시주총의 위법적인 결과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 및 원상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본시장의 제도와 관련 법령에 따라 비록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뚜벅뚜벅 저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날 주총 현장은 MBK 측의 잇단 항의와 주주 간 고성 등 소란이 끊이질 않았다. 주총장 앞 로비에는 금속노조 소속 고려아연노동조합 소속 수십여 명의 노조원이 모여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시위를 열기도 했다.주총은 당초 시작 예정인 9시에서 6시간여 지연,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개회했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 모두에서 4750주의 중복위임 주식이 발생, 이를 확인하는 데에 상당수 시간이 소요됐다. 주총은 6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 가결을 끝으로 오후 10시30분께야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