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사업에 사용되는 백신 입찰 절차서 담합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세워 유찰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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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DB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사용될 백신 입찰에 들러리를 내세우는 등 담합한 혐의를 받는 6개 대형 제약사들과 직원들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박사랑 권성수 박정제)는 1일 오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각 7천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 5천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 3천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직원 7명에 대해서도 벌금 300~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날 "자칫 국가 재정의 낭비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는 공익에 반하는 범죄"라며 "(범행이) 백신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백신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조직·지속적인 답합을 통해 이뤄졌고, 수차례에 이르며 그로 인한 매출액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녹십자 등 제약사들은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HPV) 등에 대한 NIP 백신 입찰에서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타 제약사들을 들러리로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입찰 경쟁을 방해하고 부당하게 경쟁한 혐의를 받는다. 조달청이 제시한 입찰 방식에 따르면 입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곳 이상의 참여자가 있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다국적 제약사인 GSK 등으로부터 백신을 독점으로 판매하는 '공동판매계약'이 체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낙찰돼 제품을 공급할 경우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입찰 경쟁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공정거래법 위반도 아니라는 취지다.

    또 입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의 참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들러리 업체를 세웠을 뿐이라며 유찰로 인한 NIP 시행 지연을 우려한 행위였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백신 유통업체들과 공동판매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민간병·의원에 직접 제품을 판촉·유통할 조직이 미흡해 판매 유통망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다"며 "공동판매계약을 통해서 백신 판매를 위한 특정한 유통 경로를 지정하거나 공동판매사가 최종 유통업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한 것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입찰 시 중요한 것은 예상 가격"이라며 "피고인들은 입찰에 따른 재공고 입찰이 시행되면 (입찰) 기초 금액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들러리를 세워 입찰에 참여할 만한 동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