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FOMC서 25bp 인상…"인플레이션 둔화" 언급시장 우려보다 중립적 발언…불확실성 해소에 증시 환호증시 긍정적 영향 전망…경기 위축·밸류에이션 부담은 우려
  • ▲ ⓒ뉴시스
    ▲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번에 25bp 금리인상)을 밟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선을 그었지만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에 환호했다. 물가 상승이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데에 주목하면서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은 1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25b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수준인 4.50~4.75% 범위로 올라갔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뒤 8번째로, 베이비스텝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5% 상승에 그치고, 고용비용지수(ECI)도 지난 4분기 둔화되는 등 인플레이션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준 역시 계속해서 금리 인상 폭을 줄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금리인하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파월 의장은 "우리는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02%,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05%,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2% 올랐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 넘게 급등했다.

    FOMC발 훈풍에 2일 코스피도 전일 대비 1.31% 오른 2481.94포인트에 출발한 뒤 오전 9시40분 현재 0.97% 상승한 2473.44에 거래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전반적인 발언이 여전히 다소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 것은 분명하지만 물가 둔화압력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음을 인정한 부분에 시장은 반응했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우려보다는 덜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물론 원론적인 차원에서 매파적 발언은 있었으나 가장 주목되는 단어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더욱이 향후 금리인상 기조와 관련해선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언급했지만 이전에 비해선 덜 매파적, 즉 중립적으로 선회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인정한 연준의 입장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에서 이번 긴축 사이클 진행 과정에서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을 했다는 점이 장 중반 이후 시장의 환호를 유발했다"면서 "연준도 본인들의 긴축이 유발한 수요 위축으로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장 마감 후 메타가 양호한 분기 실적 및 400억달러 자사주 매입 내용을 발표해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8%대 폭등한 점은 국내 성장주 및 자사주 테마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의 1월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고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 미이행 여파가 남아 있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매크로 이슈에 힘입어 급등했다는 점은 국내 반도체주에도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디스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인플레이션 하락 베팅에 대한 의지를 더욱 키우게 만들었다"면서 "미국 증시가 경기민감주, 성장주 중심으로 상승한 만큼 국내 증시도 전기전자 및 반도체 중심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달 증시 상승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1월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47.4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이자 컨센서스인 48도 하회하는 수준으로, 3개월 연속 수축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2배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선 수준이며, 지수 기준 3200~3300선대와 같은 밸류에이션 레벨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레벨업을 위해선 추가적인 금리 레벨다운, 실적 전망 상향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 금리인하 기대는 정점을 통과했고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 동안 올 1분기, 연간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쉽지 않다"며 "1월 반등 동력이었던 반도체 업황 개선,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가 톤다운된다면 전고점 돌파 시도는 가능하겠지만 추가적인 레벨업은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