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기업 투자 공제율 6→8% '찔끔' 상향尹대통령 지시에 15%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 내놔거야, '대기업 특혜' 반대… 한경연 "경쟁국 수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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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겪으면서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하루속히 전폭적인 세제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세제지원 확대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거대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어 '제2의 법인세 인하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13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국회 설득작업에 나선다.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조특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문제는 거대 야당의 반대다. 지난 연말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반대하는 바람에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6%에서 8%로 2%포인트(p) 상향되는데 그쳤다. 애초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20%로 상향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그 사이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시설투자에 25%의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자금 14조 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은 첨단공정에 대한 법인세를 10년간 면제해준다. 대만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5%, R&D 투자에 대해선 2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일본은 더욱 파격적인 혜택을 들고 나왔다. 자국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도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동안 생산한다면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국가들이 반도체를 주요한 미래먹거리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각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자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추격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설상가상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0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4분기 4조219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1조7011억 원의 적자를 봤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이 2700억 원에 그쳤다. 8조8400억 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7%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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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정부의 조특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는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전후방산업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선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관건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4~15일 열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민주당은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을 때 '부자감세'라고 반대했던 것과 비슷한 논리로, 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반대할 공산이 크다.더구나 지난 연말 야당의 반대로 대기업의 반도체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8% 상향되는 수준에서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윤 대통령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세액공제율 대폭 확대를 지시하면서 마련한 개정안이라는 점도 민주당을 자극할 수 있다.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 R&D,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