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신세계 임직원에게 '서비스 종료' 통보96년 발급 이후 자연 소멸단계… "5일 후 종료됩니다"트레이더스 유료 회원제 도입에 코스트코 '불편한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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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신세계 임직원분들께 무료로 제공해 드렸던 ‘코스트코 멤버십 카드’ 사용이 20일 부로 종료됨을 안내드립니다.”

    지난 15일 코스트코코리아가 신세계그룹 일부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시지 중 일부다. 코스트코코리아가 코스트코홀세일(이하 코스트코) ‘평생 회원권’을 발급받은 신세계그룹 일부 임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통보한 것이다. 

    실질 이용자가 거의 남지 않아 자연 소멸 단계였던 이 코스트코 ‘평생 회원권’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방적 폐지 통보한 배경에는 급성장한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이하 트레이더스)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최근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발급됐던 코스트코 ‘평생 회원권’의 일방적 폐지를 결정하고 이를 해당 회원권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임직원에게 통보했다. 

    코스트코 ‘평생 회원권’은 연 3만3000원 상당의 코스트코 회원권을 무료로 평생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다. 현재는 신규로 발행되지 않고 있다. 이 회원권을 신세계그룹 임직원이 받게 된 것은 코스트코코리아의 국내 진출 역사와 관련 있다. 

    신세계는 1994년 신사업을 위해 미국의 코스트코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첫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프라이스 클럽’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출점한 ‘프라이스 클럽’ 양평점, 대구점 등의 점포는 현재 고스란히 코스트코의 주요 점포가 됐을 정도. 신세계는 ‘프라이스 클럽’ 오픈을 기념해 1996년 신세계 임직원들에게 이 ‘프라이스 클럽’ 평생 회원권을 나눠줬다. 하지만 신세계가 ‘프라이스 클럽’을 운영한 기간은 길게 가지 못했다.

    이 ‘프라이스 클럽’은 1998년 미국 코스트코가 국내 직접 진출을 결정하면서 합작법인 코스트코코리아로 넘어갔다. 합작은 미국 코스트코가 지분 96.7%를, 신세계가 지분 3.3%를 보유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이마트가 보유한 코스트코 양평, 대구점 등에 대한 장기 임대 계약이 이뤄졌다. 

    이후 2017년 신세계로부터 분할된 이마트가 코스트코의 지분과 임대 부동산을 모두 코스트코 측에 매각하면서 신세계그룹과 코스트코의 20여년이 넘는 동업은 종료됐다.

    주목할 점은 결별 이후에도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에게 발급된 코스트코 ‘평생 회원권’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점이다. 물론 1996년 당시 임직원 중 현재 신세계그룹에 남아있는 인사는 많지 않다. 당시 회원권의 발급이 신세계 임직원으로 제한됐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퇴직, 은퇴 등으로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세계그룹 임직원의 경우 이마트를 이용할 경우 임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굳이 코스트코를 찾을 이유도 많지 않다.

    자연 소멸단계에 들어갔던 이 ‘평생 회원권’에 대한 코스트코코리아의 갑작스런 폐지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 방식도 일반적이지 않다. 통상 서비스의 폐지는 한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공지하지만 코스트코는 서비스 종료 5일 앞둔 시점에서 일괄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코스트코의 이런 결정의 배경에 트레이더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가 트레이더스의 명칭을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으로 변경하고 코스트코와 같은 유료 회원제를 도입하면서 예전 동업자와의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트레이더스의 성장세는 코스트코에게 위협적이다.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3조3867억원으로 코스트코코리아의 매출 5조5000억원(21년 9월~22년 8월 기준)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도입한 유료 회원제 ‘트레이더스 클럽’은 지난 1월 기준 61만명을 달성하면서 코스트코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업계에서는 대량구매가 이뤄지는 창고형 매장 특성상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에 모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년 두자릿 수 성장을 해왔던 코스트코코리아가 지난 회계연도 성장률이 3%대에 그치면서 트레이더스와의 경쟁을 의식했을 수 있다”며 “최근 코스트코가 신규점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