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던 입주예정일, 코로나19·화물연대파업 등 2개월 지연 "내부는 도배중·도로는 포장중"…통신망 미설치 휴대폰 먹통 입주거부 서명운동 전체 70% 동의…"온전한 내집서 살고파"시행사 RBDK, 임시사용승인 받자 중도금대출이자 대납종료 법률자문 "임시승인 가구에 한해 대납종료 타당…법률상 문제"
  • ▲ 2월22일 입주자 사전점검 당시 현장. ⓒ입주예정자협의회
    ▲ 2월22일 입주자 사전점검 당시 현장. ⓒ입주예정자협의회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내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이 입주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준공을 마치지 못한 채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를 강행한데 이어 시행사측 중도금대출 이자대납까지 중단, 입주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7일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따르면 해당단지는 고양시청 임시사용승인에 따라 2월28일부터 일부가구 입주가 시작됐다. 당시 임시사용승인 가구는 전체 452가구 가운데 36가구(7.96%)에 불과했고 실제 입주한 가구는 그보다 적었다.

    앞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2월28일로 예정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1·2단지(175가구) 준공승인을 마치지 못해 임시사용승인을 받았다. 임시사용승인은 공사를 완료한 부분이 △건폐율 △용적률 △설비 △피난·방화 등 건축법령에 따른 기준에 적합하면 허가권자가 임시로 사용을 승인해 주는 제도다.

    고양시 측은 "임시사용승인 취지는 입주예정일에 긴급하게 입주할 가구를 위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려는 조치"라며 "정식준공검사가 아닌 만큼 사업자와 입주예정자간 협의와는 별개의 건"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입주예정시기는 입주자모집공고상 1월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화물연대파업, 원자재쇼크 등 대외요인이 겹치면서 공사일정이 두달가량 지연됐다.

    공기가 늘어났음에도 입주예정일 당시까지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아직 단지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구내부는 재도배를 진행한 데다 일부도로는 포장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또 통신망 미비로 월패드와 휴대전화도 먹통이었다. 공용부 도로와 놀이터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에 '안전하지 않은 집에 입주할 수 없다'며 입주거부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전체 가구중 70%가 동의했다. 

    실제 한 입주예정자는 애초 입주시점이었던 1월말 전셋집을 비우고 나와 2월 한달동안 임시거처를 마련했지만 입주를 불과 1주일 앞두고 확인한 단지상태를 보고 도저히 입주가 어렵다고 판단해 원룸계약을 두달 늘렸다. 4인가족이 인근 원룸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고 있고 이삿짐은 보관창고에 맡기며 창고비까지 별도로 부담하고 있다.

    이는 앞서 진행된 사전점검 당시에도 우려했던 상황이다. 1월말 진행한 사전점검에서는 내부타일과 변기 등이 미설치 되는 등 낮은 공정률을 보였고 가구당 평균 150~200여개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됐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측은 입주시점을 코앞에 두고도 미흡한 시공상태에 입주기간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미완공된 상황에서 입주지정기간조차 늘려주지 않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하는 건 몇 푼의 보상이 아니라 '온전한 내집에 안전하게 입주하고 싶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안"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최대한 공사를 서둘러 입주를 안내하겠다고 했다.

    현대건설 측은 "입주(예정)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쳐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공정력 2배 투입, 야간과 주말 공정 등을 진행했지만 자재품귀, 건설파업 등 불가피한 대외여건에다 일반아파트보다 설계가 까다로워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된 준공일자까지 지체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미흡한 공사를 성실히 완료해 최대한 빠르게 입주를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 2월28일 중도금 대출은행에서 통보한 이자대납 중단 안내문자. ⓒ입주예정자협의회
    ▲ 2월28일 중도금 대출은행에서 통보한 이자대납 중단 안내문자. ⓒ입주예정자협의회
    또 다른 문제는 시행사인 RBDK 측이 임시사용승인을 이유로 중도금대출이자 대납을 중단한 것이다.

    임시사용승인일을 입주지정일로 간주하고 2월28일부터 모든 중도금대출이자 대납을 중지한 것은 물론,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이자를 입주(예정)자가 직접 납부토록 대출은행을 통해 안내했다.

    모집공고상 이 단지는 중도금 이자후불제가 적용된 곳으로 '입주지정기간 최초일 전날까지는 사업주체가 대납하며 입주지정기간 첫날부터는 계약자가 직접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협의회에서는 임시사용승인과 실제 사용승인(준공) 구분을 요구하며 시행사의 일방적인 중도금대출이자 대납종료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협의회 법률자문인 측도 호수별로 임시사용승인이 나면 임시승인을 받은 가구에 한해 시행사 대납을 종료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임시사용승인을 내지 않은 가구까지 일률적으로 대납을 종료시키는 것은 시행사의 자의적 판단인 만큼 법률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런데도 시행사 측은 입주안내문이 작성된 시점에서 대납종료 공지는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날림공사'에 이은 대출이자 부담까지 입주(예정)자들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단지 분양가는 8억대부터 10억중반까지 평균 9억원대 안팎이다. 9억원 기준으로 지난달 대출은행들이 고시한 이자(6.67%)를 고려할 경우 중도금(50%)대출이자는 하루 8만원을 웃돈다. 시공사가 현재 안내한 입주지정기간은 4월31일까지로 두달 기준 총 이자는 500만원에 달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라피아노'라는 타운하우스 브랜드와 '힐스테이트'라는 시공사 네임밸류를 믿고 10억원에 달하는 고분양가를 감내했지만 돌아온 건 안전을 위협하는 시공과 이자 부담뿐인 상황"이라며 "시공사는 안전한 입주를 시행사는 대주단과 협상을 통해 입주시점까지 이자대납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단지(144가구) 경우 지난 3~4일 사전점검을 했으나 여전히 중대형 공사차량이 활보하며 비산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 ▲ 2월16일 고양시청 앞에서 벌인 준공승인 거부 촉구 시위. ⓒ입주예정자협의회
    ▲ 2월16일 고양시청 앞에서 벌인 준공승인 거부 촉구 시위. ⓒ입주예정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