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용' 살수차 제작한 지노모터스 등 누락… 중기 세제혜택도 받아"광우병 사태 때 물대포 제작, 부정적 이미지 고려해 빠뜨린 듯""처남 등이 100% 지분 보유·부속실서 관리해와·… 몰랐을리 없어"
  •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연합뉴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연합뉴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사용된 살수차(물대포차)를 제작한 지노모터스와 이를 수출하는 지노무역 등 계열사 4개를 누락 신고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지노모터스는 또 다른 누락기업 정진물류와 함께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에서 빠지면서 3000만 원쯤의 중소기업 세제혜택도 받았다.

    공정위는 8일 공시대상기업집단인 금호석유화학의 동일인(총수)인 박 회장이 2018~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보유한 4개 계열사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제출받는다. 이에 따라 동일인의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의 친족이 보유한 계열사는 공정위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동일인의 친족범위가 혈족 6촌·인척 4촌이었지만, 올해부터 친족범위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친족 17명 중 인척 4촌에 해당하는 16명은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해 조치하지 않았다.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인척 2촌에 해당하는 첫째 처남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을 2018~2020년 지정자료 제출에서 빠드렸다. 둘째 처남이 보유한 정진물류는 2018~2021년, 제이에스퍼시픽은 2018년 지정자료 제출에서 각각 누락했다.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 정진물류는 처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지분율 요건만으로도 계열사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음에도 박 회장은 이를 누락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박 회장이 2021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공정위로부터 친족회사에 대한 계열사 여부를 확인 요청받은 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도, 정진물류가 계열사임을 은폐한 것도 문제라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 제출과 관련해 직접 보고를 받고 인감날인과 자필서명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24년쯤 장기간 재직하면서 회장 부속실에서 해당 친족들이 보유한 회사 정보를 관리해오고 있었던 점도 계열사 인식가능성이 충분했다는 공정위 판단을 뒷받침했다.

    지정자료 제출담당 직원도 금호석유화학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6년부터 해당 친족들이 누락된 4개사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지한 점을 감안하면, 위반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박 회장이 4개 계열사를 누락한 이유에 대해 "계열사로 편입이 안 되는 것 자체가 이익인데다, 지노모터스는 중소기업 세제혜택도 받았다"며 "지노모터스는 과거 광우병 사태 때 물대포를 제작하고, 지노무역은 이것을 수출한 회사인데, 이것이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사라는 것이 보도되면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해 누락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장동 투자를 했던 킨앤파트너스 등의 계열사를 누락한 것에 대해 공정위가 경고 처분을 한 것과 달리 박 회장에 대해선 검찰 고발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민 과장은 "SK 사건의 경우 계열사 지분 자체는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를 하고 있었고, 가까운 친족이 가지고 있는 회사보다는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계열사는 인식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이 만약 계열사를 1~2년 누락했다면 경고 처분이 됐겠지만, 동일인, 임원, 담당직원이 계열사를 모두 알고 있었고,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 누락은 공정위에서 먼저 확인했다"며 "이 정도로 기업집단시책을 경시하고 방기한 것은 흔치 않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