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물질·항암제 동시 투여… 암세포 성장 억제 10배 효과연세의대, 항암제 저항성 암 대응할 치료법 창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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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브란스병원
    항암제로 치료가 안 돼 암이 재발‧전이했을 때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없던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먼저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의 생존 원리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연구팀이 항암제 복용 중 재발‧전이된 환자에서 채취한 암세포를 분석해본 결과, 암 줄기세포를 지닌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가 발견됐다. 또 암 줄기세포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한 단백질 PMCA가 칼슘이온 농도를 낮춰 생존을 이어가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항암제 저항성을 높이는 단백질 PMCA를 억제하기 위한 선도물질(candidate 13)을 개발했다. 이어 기존의 표준항암제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동물 실험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먼저 표준항암제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소라페닙(sorafenib)에 각각 저항성을 보여 재발‧전이된 환자의 암세포를 동물 모델에 이식 후 각 항암제를 종양에 단독 투여해 종양 크기 변화를 살폈다.

    옥살리플라틴만 투여했을 때 평균 200mm3였던 종양 크기는 20일 뒤 354.44mm3, 30일 뒤 1593.2mm3, 40일 뒤에는 2756.36mm3로 계속 커졌다. 

    소라페니브 단독 투여 결과도 마찬가지로 20일 뒤 365.26mm3, 30일 뒤 1116.26mm3, 40일 뒤 2998.77mm3로 커지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였다.

    그러나 옥살리플라틴,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각각 함께 투여한 후 종양 크기를 측정하자 성장 속도가 줄어들었다.

    처음 200mm3였던 종양에 옥살리플라틴과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는 20일 후 254.32mm3, 30일 후 288.41mm3, 40일 후 283.44mm3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처음 200mm3였던 종양에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해보니 20일 후 274.33mm3, 30일 후 303.14mm3, 40일 후 298.97mm3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암제 저항성 암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성 암의 특징을 보이는 다른 난치성 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종양 미세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정재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저항성 암 치료를 위해 기존 항암제와 선도물질(candidate 13)을 동시 투여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치료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암 치료 전반은 물론 그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항암제 저항성 암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큰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 또한, 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을 국내기업 ‘베라버스’와 미국 보스턴 소재 기업 ‘CKP 테라퓨틱스’에 기술을 이전해 추가 선도물질 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팀을 중심으로 연세의료원은 국내외 기업과 협업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기술 이전과 임상 현장에서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 저널 BMC 의학(BMC Medicine, IF11.8)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