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 90.9"… 하락세서 반등반도체 52.0 '매우 부진'… 3월1∼20일 수출액 44.7% 급감미·중 갈등-美 반도체지원법 등 우리 기업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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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액 증가와 수출 부진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2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2분기부터는 수출에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수출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의 전망은 여전히 어두워 회복 기미를 보이는 수출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2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올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조사한 결과 1분기(81.8)보다 크게 상승한 90.9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수출실적이 50만 달러 이상인 수출기업 2000개 사(응답 1206개 사)를 대상으로 했다.지수가 기준선인 100 이하로 나오면 직전 분기보다 다음 분기의 수출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다는 뜻이다. 2분기 지수가 90.9로 나왔다는 의미는 기업들이 여전히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본다는 뜻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무협은 EBSI가 90이상 110미만일 경우 '보합'으로 분류한다. 지난 1년 동안(4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지수가 상승 전환하면서 일각에선 수출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품목별로 살펴보면 선박의 지수는 146.5,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 125.8, 석유제품 102.1, 가전 101, 자동차·자동차부품 100.9를 기록했다. 이들 품목의 지수가 100을 넘어서면서 2분기 수출이 1분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자동차 수출액의 경우 지난달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효자 품목으로 우뚝 올라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발표한 2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7.1% 증가한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단가가 높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수출액은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했다.반면 반도체 부문은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에 따른 단가하락, 미·중 갈등 등으로 말미암아 전망이 어둡게 나왔다. 반도체의 EBSI는 전체 품목 중 가장 낮은 52를 기록했다. 무협은 50 미만을 '매우 부진'으로 분류한다.관세청이 이날 공개한 3월 1∼20일 수출액(잠정치)은 309억45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7.4% 줄었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급감하는 등 월 기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이를 잘 아는 정부는 반도체 수출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산업·안보 공급망의 핵심 소재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60%를 차지하지만,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최근 정부는 경기 용인에 3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핵심기술 개발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장기 투자 로드맵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반면, 눈앞에는 미·중 패권 경쟁과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법' 추진,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문제 등이 켜켜이 쌓여있다.미국 반도체지원법은 설비투자를 한 반도체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인책이다. 하지만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 이익에 대해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기업 내부의 민감한 자료도 미국 정부에 오픈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보조금을 받은 후 10년 동안 중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를 하지 못한다. 이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글로벌 경기 상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우리 수출 여건은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수출이 반드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모든 수출지원역량을 결집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