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언론·항공 등 33개 부문 조정 논의필리핀, 작년 3월 외국인 지분 40% 상한 폐지폐지 후 중국 자본 놀이터된 필리핀… 최소 18조 몰려들어
  • 정부가 통신·항공·방송·신문 산업 등 33개 종목의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를 풀거나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필리핀식 중국 자본 침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은 작년 3월 공공서비스법(Public Service Act)을 개정했다. 통신▲해운▲항공▲철도▲지하철▲전력 송배전▲수도관▲폐수도관▲항구▲대중교통▲등의 공공부문에 기존 외국인 지분 한도 40%를 철폐하고 100% 전면 개방했다. 

    화교 출신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2개월 앞두고 개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민영화, 특히 필리핀 기간 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 침투 우려가 제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외국인 지분 제재 완화로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고 공공부문 서비스를 현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중국이 필리핀의 기간산업을 차지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며 비판했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중이었고 해당 개정안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 

    당시 중국 국영 통신사 ‘중국전신’이 필리핀 제3의 국영 통신사업자 ‘디토 텔레커뮤니티’의 지분을 한도 최대치인 40% 소유했다. 또 중국의 국영 전력 회사 ‘국가전망공사’도 필리핀 최대 송전회사 ‘NGCP’ 지분 40%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법안 개정 후 OECD 84개국 중 3번째로 해외직접투자 규제가 심했던 필리핀에 해외 투자가 쏟아졌다. 해외투자 유치액은 2022년 4분기 1736억 페소(4조 1517억)을 기록, 2021년 4분기 대비 30.1% 증가했다. 

    이에 필리핀은 작년 11월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에너지 시장까지 추가 개방했다. 

    법안 개정 2개월 후 중국기업 최소 9곳은 총 137.6억 달러(18조)에 육박하는 금액을 필리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했다. 

    일부는 중국의 투자를 반기는 한편 필리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필리핀의 자국 최대 천연가스 공급원인 팔라완 가스전이 5년 내 고갈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필리핀은 2030년까지 전력 35%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 2050년까지 비중을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공공서비스법 개정 당시 국익 침해 시 외국인 투자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보호 조항을 다수 삽입했으나 18조에 달하는 올해 중국의 투자에는 발동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6개 통신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률은 SKT 텔레콤 43.1%, KT 42.5%, LG유플러스 38.7%로 외국인 지분율 취득 한도 49%에 육박한 상태다. 

    방송법은 SBS·KNN·티비씨는 0%, YTN 10%, CJ ENM·현대홈쇼핑·LG헬로비전 등 12개 종목은 49%로 제한하고 있다. SBS, KNN, 티비씨는 외국인 투자가 전면 금지돼 있어 개인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각각 자본시장법과 공기업민영화법에서 40%, 30%로 제한한다.

    정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1998년부터 해당 법안들이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 한도의 적합성 검토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투자 영향은 두고 봐야 한다”며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한국의 송배전망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20일 "외국인 지분한도 폐지 또는 상향에 대해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