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장기화…거래량 회복 '시기상조'다주택자 '급매회수' 가능성…매수심리 저조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불가 빌라 늘어날수
  • ▲ 서울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18.61% 하락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대폭 줄었지만 침체된 시장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중이고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부담이 여전해 거래량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임대차시장 경우 공시가격 인하로 전세가율(집값대비 전셋값비율)이 높아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빌라가 늘어나는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지만 당장 거래량 회복 등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우선 공시가격 인하 여파로 집주인들이 시장에 내놓은 '급매' 또는 '급급매'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면서 보유주택을 급히 처분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선 '집값바닥론'이 고개를 들면서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급매물을 회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시가격 인하로 보유세 부담까지 줄어들면 '급할 게 없다'는 심리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빅데이터업체 아실 조사결과 이달 20일기준 강남3구 아파트 매도물량은 4만2730건으로 한달전 4만1872건보다 858건(2.0%) 감소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취득세·양도세 부담도 시장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하락과 보유세 경감으로 인한 거래량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호황기에 비해 주택구매 환경이 악화된데다 세 부담이 낮아지면서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인상 속도는 조절되고 있지만 경기둔화 우려와 DSR규제, 미분양 증가 등 각종 시장지표가 불안정해 매수심리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흔히 이슈가 도는 종부세에 더해 재산세까지 보유세 부담을 경감한다는 점에서 이번 공시가격 인하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시장은 정책 자체 효과보다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요인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내놨던 매물을 회수하는 다주택자가 늘 수 있다며 "고가주택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은 보유세 절감효과가 커 수요층 유입 가능성이 높고 일부 거래가 살아나며 가격하락폭이 이전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시장에서는 공시가격 인하 여파로 반전세나 월세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대책 일환으로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공시가격이 인하되면 그만큼 집값과 전셋값간 격차가 줄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져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보증보험 가입이 안되는 빌라는 세입자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결국 집주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시세보다 전세보증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나 월세가 늘면서 임대차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함영진 랩장은 "전세사기가 집중되고 있는 연립·다세대 등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제한돼 임차인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