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베이비스텝' 속도조절한미 금리격차 크지만 시장전반 불안 완화물가 4%대, 환율 안정세… 경기부양책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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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3일 베이비스텝(금리 0.25%p 인상)을 결정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빅스텝(0.5%p 인상) 전망이 우세했지만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 발 물러섰다. 이로써 한미 간 금리격차는 1.50%p로 확대됐다. 22년만에 최대 격차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역대 최초(1.75%p 격차)만큼은 피했다.

    지난달 금리인상을 멈춘 한은으로서는 한숨을 돌릴만한 상황이다. 만약 연준이 빅스텝을 밟았다면 4월 금리인상 압력은 훨씬 컸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은행발 금융불안이라는 돌발 변수가 압력을 낮춰줬다. 적절한 시기에 절묘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불안의 주범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꼽힌다. 한은으로서는 물가 경로를 지켜보면서 한 번 더 동결을 선택할 여지가 생겼다.

    기재부 입장에서도 여지가 생겼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물가 못지않게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위시해 수출이 부진하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돼 있다. 물가가 높은데 고용이 부진하니 소비도 엉망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에 고심하는 이유다.

    하지만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그간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SVB, CS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전반에 '긴축 완화' 목소리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물론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지만 경기 부양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사례로 보면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당정대가 같은 목소리를 낼 때 효과가 컸다. 정부가 제안하면 당이 확장하는 ‘이심전심’이 주요 성공 포인트였다.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잦으면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인데 현재 여건은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와 금감원 등이 모두 같은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은 서민이 많이 어렵다며 내수활성화 종합대책을 주문했다. 여기에 발맞춰 기재부도 경기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 달에는 ‘수출·투자 등 경제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문구를 바꿨다. 몇 글자 안 바뀌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기재부가 총력 대응하는 범위가 경제 전반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내수활성화 종합대책이 아니라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발표 시기인데 해외 은행발 금융불안이 없고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했다면 2분기 발표는 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베이비스텝이다. 한은이 다음달 두 달 연속 금리를 동결해 준다면 기재부로서는 5~6월 발표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분위기는 확실히 물가보다는 경기 쪽으로 기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