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주식 1조7천억원 순매도금융 리스크에 4대금융지주 집중 매도…6천억원 넘게 팔아'업황 바닥 기대감' 삼성전자는 9천억원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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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팔자'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금융주에 대한 매도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다시 사들이고 있다.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28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1조717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2000억원 가까이 순매도 중이다.지난 1~2월 국내 주식을 7조6091억원어치 쓸어담았던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최근 들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수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 1~2월 7.89% 상승한 코스피는 이달 들어 0.91% 상승하며 2390~2400선 초반 박스권 움직임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세는 은행주에 집중됐다. 은행주는 SVB 부도와 CS(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줄줄이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 중 5, 6위에 KB금융지주(2562억원), 신한지주(2134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878억원), 우리금융지주(499억원)를 포함하면 외국인들은 4대 금융지주만 6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3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 유동성 사태발 추가 불확실성과 경기 하강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은행 유동성 사태의 여진 우려와 시장 금리 하락 영향에 금융업종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을 휘감는 불안 심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은행주 투심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의 경우 유동성 및 건전성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면서도 "신종자본증권 리스크 부각 이후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저축은행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취약한 부문을 둘러싼 경계감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지난 2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87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3~4위 종목을 모두 합친 규모(8206억원)보다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세는 유독 삼성전자에 쏠려 있다. 이에 5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다시 6만3000원 언저리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예상치는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는 1조50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0%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영업익 추정치는 연초 전망치보다도 74.6%(4조4227억원) 감소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36.67% 낮아졌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는 건 실적과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 영향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 이후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될 DS부문 실적은 올해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주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메모리는 신규 서버용 CPU 양산 공급 본격화에 따른 수요 회복과 기존 계획 대비 하향 조정된 공급 증가율을 기반으로 올해 2분기부터 출하량의 증가, 가격 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실적을 6~9개월가량 앞서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바닥일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7만원에서 8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력뿐 아니라 다운 사이클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가 가능하다"며 "선단공정, 공급망 재편, 첨단 자외선 반도체 인쇄 기술(EUV) 선제 적용 등의 변화를 통해 다음 업황 회복기에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