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윤경림 사퇴... 사내이사 2명→0명사외이사 4명 중 3명 임기 만료... 재선임 부결 무게이사진 11명→1명 초유 위기 봉착, 비상경영 체제 돌입조직 쇄신 '찬성' vs 경영 마비 '반대' 이해관계 대립
  • KT가 대표이사(CEO) 없는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사내·외 이사진 전원이 교체 수순을 밟으면서 정상화에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가 31일 임기를 끝으로 수장직에서 내려온다. 구 대표 뒤를 이을 차기 CEO로 내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도 후보직에서 사퇴한 상황이다.

    이로써 KT는 사내이사 2명(구현모·윤경림) 모두 공석이 됐다. 윤 후보의 사퇴로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도 폐기됐다.

    사외이사도 8명 가운데 4명(이강철·벤자민홍·김대유·유희열)이 사의를 표명했다. 올 초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라이나생명보험 대표 출신 벤자민 홍 전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낸 김대유 전 사외이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유희열 전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했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이 남아 있다. 이 중에서도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사외이사 3명은 임기가 만료되면서 주총에 재선임 안건이 올라갔지만, 통과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도 이들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KT 이사진의 전원 교체가 예상되면서 주총 이후에는 김용현 사외이사 1명만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상법이 정하는 사외이사 충족 인원수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다. 상법이 정한 기업 이사의 정족수는 3인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KT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긴급 수혈했다. 대표이사 유고로 정관·직제규정에 따라 박 사장이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 것. 문제는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 향후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KT 안팎에서는 이사진 전원 물갈이를 통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리더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親)정권 성향의 낙하산 인사가 이사진을 장악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KT의 전면적인 쇄신을 위해서는 이사진을 교체하고,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사진을 전원 교체하면 사실상 회사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이 세 번이나 엎어지면서 조직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31일 주총 이후 KT 이사진 1명 체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사진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비상 대비 집단의사결정 기구로 주요 임원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전사 주요 의사 결정이 공백 없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