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경쟁제한 시정방안 요청했지만 안 내"한화 "요청받은 바 없다" 정면반박… 산은도 "신속 심사" 촉구한화의 '조건부 승인' 회피전략 의구심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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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놓고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와 한화 간 진실공방이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의 브리핑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한화가 반기(?)를 들고 산업은행까지 나서 공정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코너에 몰린 공정위가 '괘씸죄'를 적용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3일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한화에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제출하라고 지난달 말 요청했다"며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건을 승인하면서 해외 7개 경쟁당국의 심사가 모두 완료됐지만, 우리나라 공정위는 여전히 심사 중이어서 '늑장 심사' 비판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연 것이다.

    브리핑 요지는 한화의 함정 부품(방산) 사업 시장과 대우조선의 함정 사업 시장의 수직결합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우려되기에 한화에 경쟁제한 우려 해소방안을 요청했으나 한화측에서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로, 한화가 시정방안을 제출하면 심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정위 브리핑 내용이 보도되자마자, 한화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며 공정위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한화는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고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브리핑을 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기업에서 "공정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공정위의 심사결과만 기다리는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심기를 대놓고 거스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의 입장표명 후 공정위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면 회사 측에서 시정방안을 먼저 제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며 "(한화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시정방안을 제출할) 마음이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 제출 안해도 상관없다. 우린 그것대로 전원회의에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공정위와 한화 간 진실공방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조건부 승인'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한화가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려고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수직결합에서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인위적인 사업 조정 등의 조건부 승인을 할 경우 한화 입장에선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까지 가세해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실패할 경우 국내 조선업과 방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된다"며 공정위를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한화가 "국제 사회에서 승인한 기업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고 있다"며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기업결합 심사를 국가 방위 문제로까지 확대해 공정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