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 83% "동결" 물가 진정 기조… 환율·외환유출 잠잠美도 긴축완화 조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또 한 번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사실상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 흐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도 거의 없어 한은이 대내 경기와 물가 여건에 집중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발표한 '5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금리를 지난 1월까지 대폭 끌어올렸으나 지난 2월부터는 경기둔화 우려, 미국의 긴축 둔화 방향 등에 발맞춰 처음으로 동결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최소 한 차례 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정책이 새국면을 맞은 데다 국내 물가 역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며 한은은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냈다. 

    국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1월 5.2% ▲2월 4.8%에 이어 완연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4.5% 이하로 하락한 뒤 연말에는 3%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것에 부합하는 수치다.

    미국의 금리인상 흐름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5월 마지막 베이비스텝(0.25%p) 인상 이후 동결 기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한미 금리차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현재 미국(4.75%~5.00%)과 한국 간의 금리 격차는 1.50%이나 자본유출은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60억7000만달러로 한달 전과 비교해 7억8000만달러 늘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양국 간 금리 격차는 글로벌 자금이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변수는 국제유가다. 최근 산유국 감산에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띤 요소가 될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이 우려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유지 혹은 오히려 축소됐다"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대내경기, 물가 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4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이라 전망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 역시 "미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약화된 만큼 한은의 추가 인상부담도 낮아졌다"면서 "국내 경기 둔화 및 대외 금융 불안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