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Inc 주가 고공행진… 기관‧외국인 매입 이어져한진칼 투자 차익 3000억원 이상… 재투자 가능성 커DB하이텍 지분 7.05% 확보, 추가로 158만주 매집 여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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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그룹의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KCGI(강성부 펀드)가 추가 지분 매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지분을 얼마까지 확대하느냐와 투자금 회수 시점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그룹의 지주회사격인 DB Inc.는 장 시작 직후 310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 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KCGI가 DB하이텍 지분매집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29일 종가기준 1398원에 불과했던 DB 주가는 KCGI의 지분 매집 소식이 전해진 30일 1456원, 31일 1685원까지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이달 7일에는 3560원에 거래를 끝냈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하면 144.5%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고가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당기간 기관은 500만주 이상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123만주 가량을 팔았다. 가장 최근 거래일 기준으로는 지난 6일과 7일 양일에만 기관은 434만주 이상 매수했고, 외국인도 7일 238만주 넘게 DB지분을 취득했다. 

    앞서 지난 30일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KCGI는 DB하이텍이 저평가 돼 있다는 점과 물적분할 논란 등을 들며 DB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증권가 일각에서는 KCGI가 김준기 창업 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불화를 파고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김준기 창업주와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이 힘을 합쳐 김남호 회장과 대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작년 말 김준기 창업주가 DB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부자 불화설은 거듭 확대됐다. 김남호 회장의 DB 지분은 16.83%로 최대주주이나 김 창업회장 15.91%와 김 부회장 9.87%를 더하면 25.78%로 김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더불어 DB하이텍 지배구조도 취약하다. 최대주주인 DB 지분이 12.42%에 불과하다. 김 회장 지분은 없는 반면 김 창업회장(3.61%)과 김 부회장(0.39%)은 개인 지분을 쥐고 있다. 충분히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DB그룹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회사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관계자까지 나서 “부자간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오해가 풀렸고 KCGI의 DB하이텍 지분 매입건에 대해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KCGI의 지분 추가 매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5%이상 취득하는 투자자는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보고한 날부터 5일간 의결권 행사와 주식의 추가 취득이 금지된다. 5일간은 통상 냉각기간이라고 부른다. 

    KCGI의 경우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지분 매집 사실을 밝혔으므로 추가 매수 의향이 있었다 하더라도 6일까지는 법적으로 매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냉각기간이 끝나면서 KCGI는 추가 지분 취득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KCGI는 DB하이텍 지분 7.05%를 확보하는데 약 18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재원은 앞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통해 거둔 3000억원 차익의 일부다. 이 경우 KCGI가 DB하이텍 지분 매집에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200억원 수준이 된다. 전 거래일 DB하이텍 주가가 주당 7만56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158만주 이상 취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KCGI의 지분 매집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진칼의 전례를 보면 KCGI는 2019년 주당 평균단가 3만원 초반대에 한진칼 지분을 매집했다. 이후 지난해 호반건설에 매각하면서 책정한 값은 주당 6만원이다. 최소 2배의 차익을 낼 때까지 DB하이텍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KCGI의 DB하이텍 마지막 투자 단가가 6만원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12만원이 투자금 회수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는 과거 한진칼때도 주총 참여 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집하는 등 4년 간 회사를 흔들며 주가를 끌어올렸다”면서 “DB하이텍 사안도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