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3.9조원 투자 위한 유동성 확보 준비지난해 말 단기차입금 1억원… 8000억원으로 한도↑9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에도 추가 확보 불가피
  • ▲ KT&G 대전 본사.ⓒ강필성 기자
    ▲ KT&G 대전 본사.ⓒ강필성 기자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 KT&G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 4000억원 한도의 단기차금 한도 금액을 8000억원으로 두 배 증액하면서 본격적인 차입을 위한 길을 열어둔 것. 지금까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차입을 거의 하지 않았던 KT&G가 본격적인 차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KT&G가 올 초에 중장기 비전으로 예정한 3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20일 KT&G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9일 자금 유동성을 위한 사전 한도 확보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기존 금융기관 차입 한도를 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는 단기차입 한도로 실제 현 시점에서 차입 금액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KT&G의 결정이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KT&G가 무차입 경영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별도 기준 KT&G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부채총계는 2조1033억원에 달하지만 그나마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매입채무로 빚이 대부분이다. KT&G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6.1%다. 

    KT&G가 이런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 때문이다. KT&G의 유동자산은 4조원 규모로 이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9396억원이다. 굳이 금융기관 차입을 하지 않더라도 곳간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KT&G가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면서 차입 준비에 나서는 것은 올 초 발표된 중장기 비전과 무관치 않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미래 청사진을 공격적으로 발표한 것.

    KT&G는 오는 2027년까지 전체 매출을 10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총 3조9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1조2000억원, 건강기능식품에 6000억원, 글로벌 궐련사업에 9000억원 등을 투자키로 한 것.

    여기에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통한 자사주매입과 반기배당 도입 등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KT&G는 올해 말 중장기 추가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결국 이런 중장기 전략에 기존 현금성 자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KT&G는 당시 이같은 재원 마련을 위해 가치가 높은 부동산의 매각 및 금융자산 매각을 예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중장기 비전의 공격적 투자는 KT&G의 무차입 경영의 종료로 이어질 전망이다. 

    KT&G 관계자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한 것은 향후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5년간 3조9000억원을 투자금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