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4.6조 적자 삼성…인텔도 3.7조 손실 '사상 최악' 기록작년 반도체 왕좌 치열한 경쟁 삼성 승리… 올 '적자 회복' 관건2Q도 나란히 적자 예고 속 하반기 업황 회복 여부 따라 승부 갈릴 듯
  • 반도체 시장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올해도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업황 악화로 지난 1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두 회사는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누가 더 실적 회복에 성공할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왕좌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삼성전자와 인텔이 올들어 나란히 적자를 내며 출발했다. 두 회사가 지난 1분기에만 기록한 손실만 총 8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빅2마저 적자를 낼 만큼 현 상황은 심각해졌다. 양사 모두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을 정도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58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13조 73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매출은 반토막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무려 13조 원이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4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손실로 울상을 지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실적 공시를 통해 1분기 순손실이 27억 6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 또한 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실적이다. 앞서 지난 2017년 4분기 6억 87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해도 이번 손실 규모는 4배 이상이다.

    지난 1분기 인텔 매출도 급감했다. 117억 달러(약 15조 6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문제는 인텔이 반도체 불황이 닥치기 전인 지난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최악 수준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이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인텔도 주력 사업인 PC용 CPU(CCG부문)사업에서 부진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CCG부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58억 달러에 그쳤다.

    삼성과 인텔 모두 2분기에 또 한번 나란히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에도 반도체 사업 적자가 이어지는데다 나머지 사업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사 기준 적자 전망까지 나왔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2분기에도 최소 3000억 원에서 최대 1조 3000억 원 수준까지 또 한번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지난 1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감산' 카드를 꺼내면서 2분기엔 1분기보단 실적 충격을 다소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사실상 1분기가 반도체 업황 '바닥'이었음에 다수가 공감하는 모습이다.

    인텔도 2분기에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우선 회사 측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제시한 2분기 매출 전망이 115억~125억 달러(약 15조 4000억~16조 8000억 원)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도 이와 비슷한 117억 4000만 달러(약 15조 7000억 원)다.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전망이라면 2분기에도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시장 전반의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왕좌에 삼성전자가 새로운 1위로 올라섰지만 올해도 인텔과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삼성이 매출에서 10% 넘는 격차를 나타내며 인텔을 꺾는데 성공했지만 올 1분기는 인텔이 2조 원 가량 매출이 더 컸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며 삼성과 인텔의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까진 누가 더 많이 버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올해는 누가 더 덜 잃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2분기까지는 반도체 수요 악화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성과 인텔 중 전년 대비 매출을 덜 뺏기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승부수는 하반기 이후 펼쳐질 예정이다. 하반기엔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가운데 삼성까지 뛰어든 메모리 반도체 업계 감산 효과가 제품 가격이나 수요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분위기 반전이 예고된다. 이때 삼성이 극적으로 실적 회복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텔은 주력 사업과 연관된 PC시장 수요 회복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