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제외자동차 리스·렌트 세제혜택도 차별"기울어진 운동장 넘어 사라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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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업계가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플랫폼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안을 발표했다. 금융소비자들의 현명한 보험상품 선택을 돕고, 보험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으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사실상 보험업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이다.보험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로 인해 보험료가 상승하고 6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다른 업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운영 대상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능한 금융사들도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최근 서비스 제공 대상으로 선정된 비금융 계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반면에 금융 계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더 엄격한 금융소비자보호 규제를 받고 있고, 이미 당국의 승인을 통해 관련 역량도 검증 받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계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플랫폼 운영 대상에서 배제되자,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보험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이번 정책이 '빅테크 중심의 또다른 쏠림현상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던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사라진 운동장'으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정책적으로 소외 당해 온 캐피탈 업계는 또 한번 신사업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보험대리점 "카드사는 되고 캐피탈사는 안된다"수년 전부터 캐피탈사는 금융당국에 신사업 분야 진출을 허가해 달라고 적극 요청해 왔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2021년 말, 당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여전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캐피탈사들의 보험대리점(GA)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1년 넘도록 추가적인 진행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16조 2항 제6호에 따르면 여전사가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업법 시행령 제40조 3항에는 여전사 중에서 신용카드사만 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정해 캐피탈사는 보험대리점을 운영할 수 없다.캐피탈사들은 특별한 사유도 없이 같은 여전사지만 카드사는 보험대리점 업무가 허용되고 캐피탈사는 허용되지 않는 차별 규제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직까지 감독당국은 관심이 없는 눈치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사는 물론 비금융사도 고객 정보보호와 금융소비자보호 등에 대한 규제만 준수하면 차별 없이 모두 보험대리점 영업을 할 수 있다.일례로, 우리나라로치면 캐피탈 업계로 분류되는 도요타의 전속금융사인 '도요타 파이낸셜(Toyota Financial Services)'은 이미 2016년 미국에서 자동차보험대리점을 설립한 바 있다. 이 자동차보험대리점은 다수의 보험사와 함께 운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자동차 리스·렌트의 세제 혜택 차별 논란소비자 입장에서는 성격이 비슷한 상품인 자동차 리스와 장기렌터카의 세제 혜택이 다르다는 불편함이 있다.미국·영국·독일 등 오랜 자동차 문화를 지닌 나라에서는 차량을 장기로 대여할 때는 리스, 단기로 대여할 때는 렌트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최장 331일까지만 차량을 대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렌터카 시장은 관광산업과 연계된 단기 렌터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취지에서 각종 세제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렌터카 회사들은 국토교통부 관할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렌터카를 1년 이상 사용하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도의 규제 없이 최장 5년까지 차량 대여가 가능하다.반면, 여전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자동차 리스는 상품만 놓고 보면 장기 렌터카와 거의 다를 바가 없지만, 금융사인 여전사들이 취급하는 까닭에 금융당국의 상시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여전사도 부수 업무로 렌터카를 취급할 순 있지만, 1년 미만의 단기 상품은 운영할 수 없고, 렌터카 사업의 자산 규모가 리스의 자산 규모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적용된다. 단기 렌터카에 초점을 맞춘 강력한 세제 혜택이 장기렌터카에도 적용되면서 상품 간 차별 논란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우선 리스 차량의 취등록세가 차량가격의 7%인데 반해, 렌터카는 4%다.보유세 역시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리스 차량은 1,600cc 이하일 경우 최대 140원/cc, 1,600cc 초과 차량에는 200원/cc이 부과되지만, 렌터카는 2,500cc 이하는 최대 19원/cc, 2,500cc 초과는 24원/cc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배기량 2,000cc의 차량을 렌트로 이용하면 리스로 이용할 때보다 보유세 부담을 1/10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장기렌터카의 세제 혜택이 리스보다 월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기렌터카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렌터카의 세제 혜택이 국내에만 존재하는 장기렌터카라는 기형적인 상품을 통해 고소득 개인사업자나 법인들의 절세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특히,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고가의 수입차 중 상당수가 장기렌터카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2021년 장기렌터카 세제 혜택으로 인한 지방세수 손실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3년(2,551억 원) 대비 약 4배 폭증한 수준으로 향후 세수 손실 폭은 더욱 가파르게 커질 전망이다.특히, 이 같은 혜택은 영세 렌터카 업체가 아닌 렌터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소수의 대기업 렌터카 기업들에게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 여전업계에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원칙에 입각해 장기렌터카와 리스에 주어지는 혜택과 규제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캐피탈사들은 자동차와 건설, 부동산, 산업장비 등 우리나라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 분야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캐피탈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신사업 진출과 산업 간 차별 해소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