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빅5 분기익 2조 넘어삼성 6127억, DB 4060억, 메리츠 4047억 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생보는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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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5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장성보험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축성보험 중심으로 판매고를 올린 생명보험사는 초라해진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KB손보 등 국내 5대 손보사의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2조108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손보사 분기 순익이 2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6127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1분기 순익보다 16.7%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4047억원으로 24.5%, KB손해보험은 2538억원으로 25.7% 순익이 증가했다. 반면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순익은 각각 4060억원과 3336억원으로 작년보다 16.0%, 3.5%씩 감소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올 1분기부터 실적을 발표할 때 동일한 회계기준으로 전년 대비 변동폭을 비교하기 위해 지난해 1분기 실적을 새 회계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활용했다.

    만일 5대 손보사들이 전년도 실적을 IFRS17로 집계하지 않았다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2조108억원)은 옛 회계기준에 따른 전년도 실적(1조2578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7530억원(59.9%)에 달한다.

    순익이 감소한 DB손보도 옛 회계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1분기 28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060억원으로 145%나 늘었다. 현대해상 역시 같은 기간 1544억원에서 3336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손보사의 호실적 전망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IFRS17에서는 그동안 원가로 평가했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손익도 현금흐름 대신 계약전 기간으로 나눠서 인식한다. 이에 따라 과거 회계기준보다 부채가 적어지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손보사들은 IFRS17 하에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계약서비스마진(CSM)도 주요 손보사 모두 작년말보다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의 경우 1분기말 기준 12조3501억원으로 1488억원 늘었다. DB손보가 약 12조1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현대해상이 8조7855억원으로 860억원이, KB손보가 8조1900억원으로 2450억원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추후 공개할 방침이다.

    이는 중소 손보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NH농협손해보험은 1분기 당기순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4% 상승한 833억원을 거뒀다.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 및 수익증권 평가 이익이 증가하고 보유계약 증가에 따른 CSM이 확대된 영향이다.

    롯데손보 역시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인 10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익도 지난해 4분기 731억원 적자에서 794억원 흑자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장기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한 판매비 투자에 나서는 등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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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생명보험사 중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4225억원으로 전년 동기(4790억원) 대비 11.8% 감소했다.

    이 역시 정확한 비교를 위해 전년 동기 실적을 IFRS17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순익을 옛 회계제도 기준으로 적용하면 전년 동기(508억원) 대비 731.7% 급증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의 1분기 순이익은 13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이는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판매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IFRS17 하에서 저축성 상품은 부채로 잡히게 되는데 지난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 보험사들은 부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던 생보사는 IFRS17에서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제도가 바뀐 것 때문에 순위까지 뒤흔들 정도로 변동폭이 심한걸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