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의 경쟁력으로 트렌드, 문화와 공간으로 지목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주류시장 “앞으로 10년 더 큰 변화”"30% 후반 점유율로 머무는 굴욕적 비즈니스 안할 것"
  •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하이트진로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하이트진로
    "우리 경쟁자는 다른 주류사가 아니라 넷플릭스, 스포츠, 여행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는 향후 주류산업이 단순히 소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함께 즐기는 문화와 공간, 시간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지론은 지난달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소비자들이 혼술(혼자 술마시기) 하고 파티를 열며 문화와 공간을 찾아서 즐기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만의 새로운 음주 문화를 찾았다”고 말했다.

    주류 시장의 규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감소 폭은 크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가 넷플릭스나 스포츠, 영화를 경쟁자로 꼽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주류를 음용하기 위해 사람끼리 모일 시간에 영화를 보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독서, 여행, 음악을 듣기 때문”이라며 “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만들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추억 만들 수 있는 공간, 문화 시간 제공하는 것이 주류 산업 역할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경영환경이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회의 할 때도 코로나19 이전 데이터는 보지 말자고 한다”며 “재택근무를 하면서 소비자의 24시간 사이클이 변했고 트렌드가 달라졌다. 앞으로 10년은 더욱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가속하고 기업이 이 속도를 따라가려면 혁신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제품 수명이 짧아졌다. 

    김 대표는 “예전과 달리 이제는 장수제품이 없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졌다. 100년기업 하이트진로가 이후에도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전략, 성장에 대한 변화 조직 문화 리더십, 제일 중요한 성장 전략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
    지난달 4일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는 이런 김 대표의 전략이 담긴 제품이다. ‘켈리’는 서울, 대구, 부산 등 3곳에서 동시에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한편, 앞으로도 켈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소통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현재 ‘켈리’는 가정용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약진하고 있다”며 “유흥업소의 공급은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36일만에 100만케이스를 돌파하는 등 2019년 ‘테라’ 출시 했을 때보다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지난 4월부터 5월 12일까지 맥주 총 643만 케이스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7만 늘었다”며 “이중 ‘켈리’의 판매량은 111만 케이스로 숫자로만 본다면 ‘테라’의 시장에 대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은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의 부진한 영업이익에 대해서도 “제 철학은 시장과 소비자 있어야 영업이익 있다는 것”이라며 “당장 영업이익이 적자여도 시장과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서 함께 트렌드 맞춰가면 미래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라 생각한다”고 공격적 투자의지를 밝혔다.

    김 대표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하이트진로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비맥주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오비맥주의 ‘카스’ 1위를 내어준 이후 현재까지 왕좌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30년 된 경쟁 브랜드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장 가져오지 않고서는 맥주 비즈니스가 커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테라’ 점유율은 3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평균성장률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더 올라가기 힘들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대로 두면 머물거나 내려오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시장점유율을 가져와야지 이렇게 굴욕적인 맥주 비즈니스를 할 수 없었다”며 “50% 이상의 시장을 확보해 1등이 되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