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CJ공장부지 개발재개 무게…신뢰회복은 '글쎄'

잠정중단됐던 4조원대 서울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이 새국면을 맞았다. 사실상 사업중단을 주도했던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직위를 상실하면서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사업이 재개돼도 이미 강서구청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관'에 대한 부동산개발 업계 신뢰도가 추락한데다 경기불황까지 장기화되고 있어 위축됐던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도 사업이 언제든 또 좌초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구청장 직위상실로 CJ공장부지 개발사업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울 강서구 일대 부동산시장이 시끄럽다.

대법원은 최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 구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형사사건에서 금고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김 구청장은 2018~2019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수사관으로 재직하면서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은 수도권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11만2587㎡에 삼성동 코엑스 1.7배 규모 업무·상업·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약 4조원으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해당부지 원소유자였던 CJ제일제당이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자금난을 겪으며 2019년 인창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에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9월 강서구청 관보를 통해 건축협정인가 공고가 났지만 구청이 2월 이를 돌연취소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사업중단으로 재정부담에 시달리던 시행사와 부동산개발업계는 빠른 사업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주관하고 있는 11개 특수목적법인(SPC) CJ공장부지 개발사업 PF 조달금액은 1조3550억원에 달한다.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매달 이자만 70억원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소송 가처분 절차에 해당하는 행정소송을 통해 건축협정인가를 취소한 강서구청의 기존 처분이 뒤집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창개발은 4월말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집행정지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업이 재개돼도 시장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강서구가 이미 결정난 대규모 개발사업을 중지시키면서 기업들의 피해를 초래했고 시장분위기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결정권을 지닌 관공서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다른 개발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지 주변 주민들 반응도 미적지근하다는게 주변 공인중개소 전언이다.

가양동 G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지 주변 단지들은 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시장침체기에도 가격방어가 유지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다"며 "인가 취소라는 악재를 이미 한번 겪은 탓에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이 언제든 또 중단될 수 있다는 부정론이 팽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D공인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뒤숭숭한 상태라 착공에 들어가야 매매가격 등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다행히 또다른 개발호재인 도시철도 '대장홍대선'이 연내 착공을 앞둬 추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