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간호사 '불법 업무' 현황 공개… 수술·진료대란 우려

간호계의 간호법 거부권 반발이 준법투쟁으로 이어진 가운데 내일 불법 업무지시 현황이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법적 테두리 안에 속하지 않는 PA(Physical Assistant·진료보조) 간호사의 역할을 비롯해 그간 당연시 여겼던 '업무 외 의료행위'를 멈추겠다는 의미로 우려가 커진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18일부터 운영 중인 불법진료 신고센터 조회 건수는 23일 오전 기준 1만건을 넘겼다.

조회 이후 QR코드를 찍어 신고하는 방식으로 현재 공식 집계 현황은 비공개이지만 조회 건수와 비등한 신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체계 내에서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불법 업무지시를 고발하고 그 현황을 오는 24일 공개한다는 것이 간호계의 계획이다.

앞서 간호협회는 의사의 불법업무 지시를 검사(검체, 채취, 천자), 치료·처치 및 검사, 처방 및 기록, 수술, 약물관리, 튜브관리 등 6가지 항목으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대리수술, 대리처방,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 튜브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수가 입력 등이 대상이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의사의 불법 업무지시를 근절하고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준법투쟁을 위해 불법업무 지시 사례를 신고받고 있다"면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 업무지시에 대해 강력하게 거부해 달라"고 밝혔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간호협회가 규정한 불법 업무지시 중단이 집단행위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황 공개 이후 점차 그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PA 간호사들은 수술방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전면 배제할 경우 수술 대란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간호계 주요 관계자는 "PA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은 본인의 업무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한 것"며 "본질은 그 불법적 지시 행위에 대한 수가는 의사가 가져감에도 이를 묵인해오고 있던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전공의들이 환영의 입장을 밝힌 것도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전공의 주 80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대체 의사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현재 만연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의 근본 원인"이라며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혼재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간호계의 불법 업무지시 신고와 현황 공개에 앞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PA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달부터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저녁 복지부는 "간호협회가 불법이 되는 업무 리스트로 배포한 행위의 경우 문구 그 자체만으로는 불법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법(제2조제2항제5호)에 따라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의 보조 행위는 크게 진단보조행위, 치료보조행위, 약무보조행위 등이 있다.

특히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며 PA 문제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며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간호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유감스럽다"며 비판했다. 

다만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PA 문제와 관련해서는 6월부터 전문가, 현장 종사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대로 된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임을 예고했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응급의료, 중환자치료, 수술, 분만, 투석 등을 필수유지업무로 정한 취지를 고려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