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LG·SKT·KT "성급한 규제 대신 지원을"-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 당장 폐기해야"-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AI 시대, 과거 인터넷 시대 잘못 되풀이 안돼“-챗GPT 개발사 “정부가 AI 개발 면허 도입해야”
  • ▲ 챗GPTⓒAP연합뉴스
    ▲ 챗GPTⓒ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연구 분야에서 글로벌 우위를 다지는 가운데, 한국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국내 민간 기업들은 규제보단 과감한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학계와 정부 기관들은 규제를 외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 발간한 ‘'2023년 AI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AI 논문 50%를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는 연(年) 단위가 아닌 월(月) 단위에 불과하다”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총대’를 메고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2~3%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규제보다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AI 기술 개발 및 법제화' 간담회에선 네이버·LG·SK텔레콤·KT는 지원을 호소했다. ▲이진형 KT AI 사업본부 Large AI TF 담당은 성급한 규제로 경쟁에서 뒤처지면 빅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파격적인 형태의 국가 지원”을 요청했고 ▲양시훈 LG AI 연구원 AI 플래닝 팀장은 “민간 자율 규제”를 주장했고 ▲이찬수 SK텔레콤 성장기획팀장은 “과감한 예산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준정부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황종성 NIA 원장은 지난 10일 '국내외 AI 제도화 및 과제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AI 시대에는 과거 인터넷 시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정부 개입 없이 무질서했던 인터넷 시대와 달리 AI 시대는 질서있고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AI 법은 “"가장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규제·법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세계 최초 AI 법안을 마련 중이다. 국회에 따르면 AI 법은 지난 2월 과방위의 법안 소위를 통과했고 본 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국민 생명과 신체, 기본권 보호를 위해 고위험영역 AI를 규제 ▲AI 기술 개발과 산업진흥, AI 도입 촉진을 위한 자율 규제 마련 ▲고위험영역 AI 고지 의무, 신뢰성 확보 조치 고시 및 준수 ‘권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계는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유승익 한동대 BK21 글로벌입법팀 연구교수에 따르면 법안은 ‘우선 허용ㆍ사후 규제’ 원칙 명문화를 포함하고 있다. 유 교수는 “AI 산업은 한 번 신뢰성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특히 ‘우선 허용ㆍ사후 규제’ 원칙은 당장 폐기해야 할 독소조항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계는 해당 법안이 고위험 AI 사업자 책무를 ‘권고사항’으로 뒀다며 비판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전규제’ 기반 AI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 AI 법안 초안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의한 위험을 4단계로 구분하고 사전·사후에 엄격히 규제한다. 특히 용인할 수 없는 위험을 가진 인공지능 기술은 금지된다. 잠재의식을 활용해 인간 의식을 조작하는 기술은 금지되며, 아동의 위험한 행동을 유발하는 음성비서 AI 장난감 등도 위험이 확인되면 금지된다.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교통, 승강기, 의료기기 등은 시장에 나오기 전 엄격한 의무를 따라야 한다. 데이터세트의 품질을 갖춰 위험과 차별적 효과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오히려 민간에서 정부에게 규제를 요청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 16일 미 청문회에 참석해 인공지능 개발 ‘면허’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올트먼은 청문회에서 “AI는 소셜미디어와 비교해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