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200만원 이하면 소득세율 3~5%, 초과는 15% '과중'여야 모두 저율 과세기준 상향 법안 발의…기재부도 '검토'
  •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230412 ⓒ연합뉴스
    ▲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230412 ⓒ연합뉴스
    정부가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3~5%의 저율 과세 혜택을 주는 사적 연금소득 기준을 현행 '연 1200만원 이하'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기준 금액이 2013년부터 11년째 그대로여서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고령화로 안정적인 노후 수단 마련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법안이 여러건 발의돼 앞으로 협의를 해봐야 한다"며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인·퇴직연금을 통한 안정적 노후 소득 확보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개인이 연금저축 등을 부을 때는 세액 공제, 연금을 받을 때는 일정 금액까지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현재 사적연금 수령액(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및 연금소득 공제액 제외)이 연간 1200만원 이하이면 수령 연령에 따라 3~5%(지방소득세 포함시 3.3~5.5%)의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한다.

    만약 연간 수령액이 12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 과세(6~45%)가 되고, 별도의 분리과세를 선택하더라도 수령액 전액에 15%(지방소득세 포함시 16.5%)의 비교적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때문에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간 12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절세 팁'으로 널리 소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1월 '금융꿀팁' 자료에서 "연금 수령 기간 등을 조정해 연간 연금 수령액을 1200만원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세제상 유리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

    현행 세제는 사적연금 가입을 장려하되 수령액은 연 1200만원(월 100만원꼴)을 넘지 않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해 저율 과세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저율 과세기준이 1200만원으로 상향된 2013년보다 15.8% 올랐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퇴 후 퇴직연금 등을 목돈으로 한 번에 받으면 당장의 재정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빨리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수 리스크를 헤지(분산)하기 위해 연금으로 받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율 분리과세 한도를 지금의 2배인 24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 국회에는 저율 분리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의 기준을 연 2400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 14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로 발의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저율 분리과세 기준을 1400만원으로 높이고, 1400만 초과~2400만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입법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나라 살림의 여유 재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금 수령액이 많아 비교적 생활이 여유로운 고령층에까지 저율 과세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올해부터 연금소득이 연 1200만원을 넘더라도 종합 과세 대신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 만큼 해당 제도 개편의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정당국인 기재부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확대 방안을 올해 세제 개편안에 포함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