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SK 등 AA급 이하 회사채 줄줄이 흥행 및 증액 발행 시장금리 하락…초우량물보다 우량물‧비우량물 투자 선호하반기 부동산 PF 리스크 존재…투자 신중론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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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이 올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장 안팎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공모 회사채에 자금이 쏠리는 것으로 풀이된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 등 HD현대그룹은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2분기 들어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HD현대(A)의 경우 지난달 23일 8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총 579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2년물(300억원)에 2420억원, 3년물(300억원)에 2200억원, 5년물(200억원)에 1170억원 등의 매수 주문을 받아 금액을 2배인 1600억원으로 증액해 조달했다.앞서 HD현대건설기계(A-)도 지난달 500억원 수요예측에서 3730억원을, 현대일렉트릭(A-)도 700억원 모집에 5310억원에 달하는 수요를 끌어내며 모집액의 2배가량을 증액 발행했다.특히 HD현대건설기계는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 앞서 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초 회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린 바 있다.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SK 또한 대규모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SK(AA+)는 지난달 30일 총 6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당초 3000억원 발행에 나섰던 SK는 앞선 수요예측에서 1조7800억원의 조 단위 자금을 확보, 발행금액을 두 배인 6000억원으로 증액했다.이밖에 포스코인터내셔널, LG헬로비전, KCC 등도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포스코인터내셔널(AA-)은 지난달 18일 3년 단일물(2000억원)에 4배 가까운 77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같은 등급인 LG헬로비전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조원의 투자 주문이 몰렸다. 모집금액 200억원인 2년물에 3100억원, 모집금액 800억원인 3년물에 6400억원 등 총 9500억원의 자금이 접수됐다. 최대주주가 LG유플러스로 바뀐 후 그룹사의 후광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AAA급 이상의 초우량 회사채보단 AA급 이하의 우량‧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실제 올해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우량채로 분류되는 AA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A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도 8000억원이었다.이는 지난해 AA등급(-4조4000억원)과 A등급(-6조원)의 순발행 금액이 모두 마이너스였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순발행 규모는 해당 기간 전체 발행 규모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 규모를 뺀 값으로, 순발행이 마이너스면 그 기간 발행된 채권보다 상환된 물량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반면 초우량 AAA등급 회사채의 경우 9100억원의 순발행 규모를 기록, 월평균 순발행 금액이 작년의 절반 수준인 1800억원에 머물렀다.이는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 만큼 낮아진 영향이다. AAA 등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낮아지면서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하위 등급 회사채로 수요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이 초우량물에 대한 상대적 투자수요를 감소시켰다"라며 "이외에도 연초 스프레드(가산금리)가 급격히 축소되고 금리 변동성이 둔화한 점 등이 얽히면서 초우량물은 약세를 보인 반면, 우량물은 강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다만 올 하반기 회사채 투자 전망에 대해선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융시스템 및 국내 부동산금융 부실화 우려가 완화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라며 "테일 리스크(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성장 약화에 대한 우려 속 비우량등급 기업의 실적 저하 및 상환능력 저하 부담이 있다"라며 "늘어난 이자 비용은 수익성을 훼손하고 특히 A등급 이하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