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국세수입 134조원… 법인세 15.8조↓·소득세 8.9조원↓국회예정처 "작년 감세법안으로 5년간 81.9조원 세수감소 예상"일몰법안 처리·세제혜택 정상화 관측… 총선 앞둔 국회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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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실적 부진과 부동산 거래감소 등으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나라 곳간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증세 카드를 꺼내들 수도 없는 만큼 정부로선 일몰 법안 처리 등 세제 혜택 등의 정상화를 통해 세수 부족을 메워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가 녹록잖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4월 국세수입은 13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7조9000억 원)과 비교해 33조9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수가 1년 전보다 15조8000억 원 급감했고 소득세수도 8조9000억 원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세수가 50조 원쯤 부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기금과 여유자금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각종 감세 법안으로 인한 세수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세수입 관련 법안 22건의 재정효과를 분석한 결과, 2023~2027년 5년간 총 81조9968억 원, 연평균으로 16조3994억 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됐다. 이 중 △조세특례제한법 총 41조1756억 원(연평균 8조2351억 원) △법인세법 총 20조5813억 원(연평균 4조1163억 원) △소득세법 총 11조4778억 원(연평균 2조2956억 원) △종합부동산세 총 5조6009억 원(연평균 1조1202억 원)의 세수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근로자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으로도 총 2조184억 원(연평균 4037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처리된 감세 법안으로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6조 원쯤의 세수가 덜 걷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올해 수출부진과 기업실적 하락, 부동산 등 자산시장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역대급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수결손은 가깝게는 지난해 -7000억 원, 2019년 -1조3000억 원 규모로 발생했다. 세수결손 규모가 컸던 때는 2014년 -10조9000억 원, 2013년 -8조5000억 원이다.

    정부는 기업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이고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세제감면을 추진해왔다. 경기가 활성화하면 세수기반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논리였다.

    국회도 지난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p)씩 낮추는 법안을 처리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도 1~2%p 상향 조정했다.

    애초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낮추는 법안을 추진한 것을 감안하면 세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당장 법인세 증세안을 꺼내들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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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세의 경우 소득세 하위 2개 과표구간을 확대한 것이 세수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특법은 근로·자녀장려금 대상자의 재산요건이나 지급액 한도 인상,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적용기한 연장 등이 세수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소득세나 조특법도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축소하고 복지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감세가 이뤄진 것이어서 해당 법안을 철회할 명분은 마뜩잖다.

    세수 부족에 대응해야 하는 정부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명목세율을 올리는 등의 적극적인 증세는 하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일몰이 예정된 법안을 연장없이 종료하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세수부족을 방어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의 일몰이 도래하면 예정대로 종료하거나 세액공제의 경우 더는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올해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 63개에 대해 종료 또는 재설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농업·임업·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 등 연간 감면액이 300억 원을 넘는, 올해 일몰 예정인 10개 비과세·감면에 대해선 심층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몰이 없는 39개 비과세·감면안에 대해서도 조세지출 평가서를 작성해 지출의 타당성을 따지기로 했다. 근로장려금, 교육비 특별세액공제, 월세 세액공제, 부녀자 추가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5년 일몰이 예정된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에 대해서도 심층평가를 통해 공제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이미 소득 양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한 제도로 평가되지만, 근로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워낙 커 폐지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반대여론이 거셌다.

    정부는 3년마다 일몰을 연장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 항목에서만 연평균 1조7710억 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면서 정부 입장에선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평균 1조6373억 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의 경우도 올해 심층평가 대상에 포함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회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법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야는 벌써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1000원의 아침밥 확대 등의 선심성 법안을 쏟아내면서 정부에 추경 편성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의 비과세·감면제도 정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