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신상품 출시자회사형 GA 출범 임박非전문가 우려 불식… 건전성 제고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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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취임 2년차를 맞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관료 출신 '비(非)전문가'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털어내고 흥국생명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은 물론 4년 만에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실적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무배당 흥국생명 더블페이암보험'의 9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상품의 독창성, 유용성, 진보성 등을 평가해 부여하는 독점 판매 권한이다. 9개월간 다른 보험사는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흥국생명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것은 2019년 5월 '흥국생명 암보장해주는 가족사랑 치매보험' 이후 4년만이다.
이번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더블페이 암보험은 국내 최초로 암 발생 후 치료 행위를 기준으로 심도에 따라 보험금 차등 지급하는 급부 방식을 적용했다. 무엇보다 특약에 따라 암 진단별로 보험료를 지급하던 기존 암보험과는 달리 주계약만으로 모든 암 치료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암 진단 후 치료에 들어가는 총 비용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흥국생명은 더블페이 암보험을 앞세워 고수익성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됨에 따라 보장성보험이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며 "9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된 만큼 올 한해 이 상품 판매에 전사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이와 함께 흥국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4번째로 '제판(제조-판매)분리'에 성공하며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7월 3일자로 FC영업지사를 분리해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로 이전한다고 공지했다.
HK금융파트너스는 흥국생명이 자본금 2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하는 자회사형 GA로, 1700명에 이르는 전속 보험설계사 조직을 떼어내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하게 된다. 국내 보험사가 제판분리를 단행하는 것은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KB라이프생명에 이어 4번째다.
당초 지난해 2월 관료 출신인 임형준 대표가 선임된 데는 흥국생명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는 GA 설립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됐다. 임 대표는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쳤으며 인사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임 대표는 보험 전문가가 아닌 탓에 취임 초반에는 경영능력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노조의 반대를 극복하고 제판분리를 성공시키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급격한 금리상승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새 지급여력비율(K-ICS) 관리는 임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은데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탓이다.
올해 3월 기준 흥국생명이 자본 비율 목적으로 발행한 후순위채는 2800억원에 달한다. 자본성증권은 유용한 자본확충 수단이지만 고금리 이자부담이 수익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올해 10월 16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 만기가 도래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흥국생명은 지난해 콜옵션(조기상환) 번복 사태로 채권시장에서 대외 신뢰도가 하락한 적이 있다"면서 "추가 자본성 증권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금리부담이 과중해지는 등 건전성 관리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