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 "2021년 자영업자 월평균수익 163만원… 최저임금보다 못해"勞 "1988년 단 한 번 적용…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 안 돼"노정 갈등 심화… ILO 총회에서도 서로 저격
  • ▲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시한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정이 인상 폭과 차등적용 등 주요 의제에 대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정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가까스로 법정처리시한을 지켰던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다시 법정시한을 넘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최임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2회씩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논의에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최저임금 조정안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법정시한이 이달 29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서다.

    이날 회의에는 사용자위원 9명, 노동자위원 7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5명이 참석했다. 최임위는 사용자·노동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빠진 노동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다 붙잡혀 이달 2일 구속된 상태다. 그는 체포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등 경찰 진압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동자위원 측은 이를 제3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언급하며 정부를 성토했다.

    노동자위원 중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11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현재 ILO에서 정부와 노동계는 첨예한 집안 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부당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정부는 노동계의 공공질서 훼손을 막기 위해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노동자위원 측은 이날 최임위에서 김 사무처장의 구속건과 ILO 총회를 엮어 다시 한번 정부를 비판했다. 김 사무청장의 자리에는 지난 전원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석방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놓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김 사무저창에 대해 질베르 웅보 ILO 사무처장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와 경찰의 노동 탄압에 대해 심각한 우려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김 사무처장은 최임위 위원이다. 최임위는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배려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김 사무처장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됐다. 안타깝고 분노스러운 상황"이라며 "ILO에서도 한국의 노동 탄압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노동조합에 폭력집단이란 프레임을 씌워 탄압하는 것은 황당한 논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노정 간 갈등은 격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12일 ILO 총회에서 정부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서로를 저격한 것과 관련해 '염치를 모르는 자들에 의해 느끼는 수치심과 분노'란 논평을 내고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며 법원의 판단마저 부정하고 노조 회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을 노조의 민주성과 자율성 보장이라며 거짓말을 늘어놨다"면서 "사용자의 불법과 부당한 관행에 대한 엄정 대응을 말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 ▲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최임위는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두고 견해차만 재차 확인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영업자들이 가져가는 연평균 수익이 1952만 원쯤이라고 한다. 월로 환산하면 163만 원으로, 182만 원인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렇듯 어렵고 한계에 부딪힌 지불 주체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그동안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불능력이 취약해져 한계선상에 놓인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지불능력 등 경영지표가 다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결과를 심의자료로 채택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부터 논의했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은 제도가 처음 생겼던 지난 1988년에 단 한 번 적용됐고, 지금까지 36년간 줄곧 전 산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해 왔다"며 "전문가들은 제도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저임금 업종의 낙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결론을 냈다. 따라서 소모적인 논의는 가급적 삼가하고 본격적인 임금 수준에 대해 심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차등적용 논의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2월 경총에서 발표한 업종별 임금수준 국제비교를 보면 이미 한국 사회는 업종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조차 차등적용하는 건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의 빈곤을 더욱 악화시키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양대 노총은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최저임금에 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최임위 제5차 전원회의는 1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