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 조 명예회장 차녀 주식 명의신탁 증여세 부과조씨 측 "주식 취득 재원은 배당금... 증여세는 과거에 납부"법원 "부모가 명의 이전한 재산에 관리·처분권 행사는 명의신탁 아냐"
  •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의 차녀 조모씨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가 조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22억425만원에 대한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 명예회장이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등에 자산을 은닉해 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2018년 7월 10일부터 2019년 1월 5일까지 조 명예회장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세무조사에서 조씨는 2009년 4월 한국타이어 주식 12만5천620주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당 주식의 매수금은 1996년 6~12월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등의 배당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조씨가 취득한 주식 12만5천주의 실제 소유자가 조 명예회장이라고 판단해 명의신탁한 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했다. 조 명예회장이 조씨의 계좌를 직접 관리한 정황을 두고 사실상 조 명예회장의 소유로 본 것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반포세무서는 2019년 5월 차녀 조씨의 한국타이어 주식 12만5천주에 대해 증여세 22억425만원을 과세했다. 조 명예회장과 차녀 조씨는 2019년 8월 세무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고, 조세심판원은 2021년 10월 한국타이어 주식 12만5천주 증여세 불복에 대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씨측은 "(한국타이어) 주식 및 현금의 최초 재원은 최초 취득주식의 배당금"이라며 "원고가 1996년에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고, 그에 따른 증여세도 이미 모두 신고·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형제자매들과 마찬가지로 조 명예회장이 (증여재산을) 직접 관리해 준 것일 뿐인데,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증여재산을 명의신탁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개인 생활비 등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증여재산은 조 명예회장의 명의신탁재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식의 협조 내지 승낙하에 부모가 여전히 당해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다"며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여 준 이후에도 그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계속 행사했다고 해서 곧바로 이를 증여가 아닌 명의신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여의제는)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을 과세 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증여재산이 원고에게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반포세무서장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지난 3월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