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근간 ‘방적사업’ 영업 중단… “환경·실적 악화 탓”지난해 섬유·화학 동반 부진에 6년 만에 적자 전환아라미드 등 고부가가치 미래 섬유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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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광산업
    태광그룹이 모태이자 근간인 전통 섬유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미래 섬유사업에 집중한다.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수익성이 악화되며 기존 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는 8월 31일 면사·혼방사 등 방적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방적사업은 면이나 양털과 같이 길이가 짧은 섬유로 실을 만드는 사업이다. 1977년 태광산업의 순면사, OE 방적사 생산공장이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6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해당 부문의 사업 환경과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태광산업은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잔여 사업의 역량 강화와 신규사업 집중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은 사실상 국내 섬유산업의 원조로, 실을 뽑아내는 방적사업은 뿌리이자 근간 사업으로 볼 수 있다. 1950년 섬유사업을 모태로 태동한 태광은 1990년대 석유화학 분야 진출로 국내 최초의 섬유-소재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업에도 진출하며 그룹 외형을 지속 확장해왔다. 

    그러나 원자재 비용 상승, 중국 등과의 가격 경쟁과 수요 감소 등에 따라 전통 섬유업의 수익성 부진 상태가 지속돼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태광산업은 화학과 섬유 등 양대 핵심사업의 부진으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2016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적자로 전환했다. 보수적 경영에 따라 탄탄한 수익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회사 입장에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변해야 산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해 초 조진환·정철현 대표이사를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섬유사업본부 대표로 새롭게 선임하고 “미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와 혁신 차원”이라며 “신규사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후 섬유사업본부를 ‘첨단소재사업본부’로 변경하고 기존 의류용 중심의 소재사업에서 산업용 소재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지난 4~5월 방적사업부문 조직 개편 단행하고 생산량 또한 점진적으로 줄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다년간 쌓아올린 수직계열화까지 탈피하며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회사는 잔여 사업에 집중함과 동시에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말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조원을 태광산업의 석유화학·섬유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단 구상이었다. 태광산업 또한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대규모 투자 원년으로 선언하고, 향후 5년간 8조원 투자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구제적으로는 환경 및 고기능성 소재, 섬유부문 신사업 등 신사업 부문에만 5조5000억원 배정했다. 친환경 및 고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4조원, 섬유부문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스판덱스 및 아라미드 공장 증설과 설비교체 등에 2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전기차용 고강도·경량화 신소재인 ‘아라미드’ 투자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400℃의 열을 견디는 난연섬유로 고성능 타이어나 방탄복, 특수호스 등에 쓰이는 신소재로 전기차의 타이어 마모를 보완하는 소재로도 사용된다. 전기차 확대에 따라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최근 스판덱스 브랜드 ‘엘라핏’ 상품을 홈쇼핑에 처음으로 론칭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시동을 걸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스판덱스, 아크릴 등 기존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검토 신규사업의 폭도 넓히는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적사업 부문 인력은 재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순조롭게 논의하고 있다”면서 “부산 공장 부지는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 추가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