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간 M&A 장악한 PEF, 지금은 부실 걱정정부 M&A 활성화 발표에도 시장은 '냉담'"고금리 상황 지속되면 M&A 확장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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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취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M&A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면서 인수금융 시장은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21년 13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8조7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국제 M&A 시장은 같은 기간 3조3000억달러에서 1조4000억달러로 56.9% 감소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인수금융 비중을 줄여나가는 동안 M&A 시장은 사모펀드(PEF)들이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갈 곳 잃은 돈들이 넘쳐났기에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굳이 위험부담이 큰 PEF에 돈을 맡기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곳이 많아지면서 PEP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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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25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를 인용해 PEF 업계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저금리 기간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수금융까지 진행했던 PEF들이 미국 기준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자금을 지원한 M&A 기업들의 디폴트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아레스, 오울록 등 글로벌 PEF들이 이중고에 빠졌다는 지적이다.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기업 M&A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장 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M&A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 M&A를 통해 경제 전반의 회복력을 높일 경우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미래산업에 대한 선점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금융위는 지난달 '기업 M&A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 공개매수시 사전 자금확보 부담을 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신뢰성 있는 인수금융기관 등의 대출확약 및 LP의 출자이행 약정을 공개매수 자금확보 증명서류로 인정하겠다는 것. 이 밖에 전환사채 처리 절차 간소화 등 여러 M&A 활성화 방안을 담기도 했다.하지만 소소한 제도개선 정도로는 M&A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이렇다 할 대규모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PEF 제도가 도입된 게 2000년대 초반인데 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된 환경이 중요했다"며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M&A 활성화를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