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고 상속세에 유통그룹 오너들 주식담보대출 이용1년 새 치솟은 금리… 연장 과정에서 이자율 1%p 넘게↑소비침체에 주가마저 약세, 더 많은 주식이 담보로
  •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각사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각사
    기업 오너들이 고율의 증여·상속세에도 모잘라 고금리, 주가하락까지 겹치며 빚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증여·상속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로 높은 국내 특성상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유통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오너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증여·상속세와 고금리에 주가 하락까지 겹친 삼중고가 고스란히 불안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주식담보대출을 체결한 주요 유통그룹 오너들의 금리 부담은 올해 들어 크게 높아지는 중이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금융증권과 신세계 920만주에 대한 12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4.99%의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이중 신규 대출은 34만주에 대한 400억원으로 나머지는 기존 대출 800억원에 대한 연장이다. 이 자금은 정 총괄사장이 지난 2020년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1000억원 가량의 납부를 위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전년의 3.75%에서 1.24%p 일괄 증가했다. 따라서 정 총괄사장이 연간 지불해야할 이자는 60억원로 늘었다. 주식담보대출은 400억원이 늘었지만 이자는 전년의 30억원에 2배가 증가한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20년 부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타계 이후 발생한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롯데지주의 주식 1022만6000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1969억원의 대출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 총 4.84~5.02%의 이자율을 적용 받았다. 전년의 평균 3.08%보다 많게는 1.94%p까지 증가한 금리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연 이자도 전년의 69억원에서 올해 97억원으로 껑충 올랐다. 

    공교롭게도 주요 유통그룹은 최근 고물가, 소비침체에 따른 주가 침체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30일에 52주 최저가인 17만2700원을 경신했고 롯데지주는 지난 7일 52주 최저가인 2만4350원을 경신했다. 모두 고점 대비 모두 30% 이상 하락한 규모다. 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주가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같은 금액을 빌릴 때도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다. 

    높은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한 주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OECD 최고 세율인 우리의 증여·상속세 부담이 고스란히 오너들의 이자부담과 주가부담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주요 경제단체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이상 기업의 경영권 유지가 매우 어렵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속세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요구하는 경제단체의 요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 돼 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023년 조세제도 개선 과제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면서 유례없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기업들에게 원활한 기업 승계와 조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