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에 '빛좋은 개살구' 전락…사업수익성 '뚝'공공주택 시공사vs발주처 갈등…국토부 지침 유명무실시공사들 "득보다 실 많아"…지역 군소업체 '존폐위기'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현금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 가뭄속 단비였던 공공공사가 '빛좋은 개살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수익성이 급감한 것은 물론 대금지급 과정에서 공방과 갈등도 빚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물가변동에 따른 가격조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지만 강제규정이 아닌 탓에 실제 현장에선 발주부처와 시공사간 갈등만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간공사부문을 강타한 공사비 인상 불씨가 공공공사부문에도 옮겨 붙었다.

    원래 공공공사는 민간공사보다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는 대신 사업진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후속 추가사업 수주 가능성도 높일 수 있어 중견사들 주요수입원으로 인식됐다. 올해 10대건설사간 공동도급이 허용되자 대형사들 참여도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자잿값과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사업참여 주체들 예상수익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이 사업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특히 공공이 발주하고 민간이 시공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경우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발주처·시공사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위례신도시 'A2-6블록 공공임대' 사업에선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GS건설·계룡건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들은 계약당시보다 공사비가 20%이상 올라 추정손실액이 268억원에 달한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LH는 사업협약에 물가연동 조항이 없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사비 문제가 확산되자 국토부는 사업비 재협의 절차를 신설했다. 물가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민간시공사가 공공시행자에게 사업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LH를 비롯한 공공발주자들은 해당조항을 강제가 아닌 임의규정으로 보고 공사비 증액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산에선 에코델타시티 공공주택사업(18·19·20블록)에 참여중인 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컨소시엄과 발주처인 부산도시공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컨소시엄은 공사비가 최대 30%까지 올라 시공이 어렵다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손실액은 총 13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컨소 관계자는 "부산도시공사가 계약서에 근거해 공사비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사업비 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국토부 지침도 강제사항이 아니라 시공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공사비 인상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대형 공공공사에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입찰이 예정된 대형 공공공사로는 5609억원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와 1조503억원대 '남양주왕숙 국도 47호선 지하화공사'가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는 △2500m×45m 활주로 1개소 △항공기계류장 5개소 △1만5010㎡ 규모 여객터미널 △750㎡급 화물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내년 착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HJ중공업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서류를 제출한 상태로 입찰마감은 8월17일이다. 9월초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공공공사 최대어로 꼽히는 남양주왕숙 국도 47호선 지하화공사는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와 연평리 6.41㎞ 구간을 지하화하는 프로젝트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간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를 수주해도 득보다 실이 많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주력부문인 주택시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공사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아파트나 공공시설을 지어도 적자가 난다면 누가 공공사업에 참여하겠나"라며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공사비는 시공사들의 참여 의욕을 떨어뜨리고 부실시공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손실액이 발생해도 대형사는 자금력을 동원해 버틸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군소 지역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