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용 파워인덕터 첫 양산… '제2의 MLCC' 기대1분기 전장 흑자전환 LG이노텍, 전기차 부품 '新 성장 축' 육성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부진 영향 부품사도 실적 악화 탈출 총력
  •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부품업계도 전장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그간 비중이 높던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장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 카메라에 탑재되는 파워인덕터 양산에 나섰다.

    삼성전기가 전장용 파워인덕터를 양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파워인덕터는 전류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 자율주행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

    파워인덕터 시장은 전자기기의 고성능·다기능화에 따른 수요 증가와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같은 자동차 산업의 확장으로 고성능의 제품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까지 약 36억5000만달러로, 연 평균 약 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파워인덕터는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재와 기판 등 기술 융복합을 통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워인덕터를 '제2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장 사장 취임 후 전장사업 재편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력 사업군을 서버·클라우드와 전장 등 신시장으로 확대해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자동차 분야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동차용 부품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사업인 MLCC도 전장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앞서 2020년과 2022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신공장도 직접 살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이 올해 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생산 증가로 삼성전기의 전장향 MLCC 비중은 올해 21%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최근 전장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전장사업을 펼쳐온 LG이노텍은 그간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외형을 꾸준히 확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계열사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전장부문에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LG이노텍도 지난 1분기 전장부품사업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이노텍 측은 전장부품사업은 제품·고객 구조의 정예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 플랫폼 모델 중심의 개발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FC-BGA와 차량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대표 부품기업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전장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400억원, 1453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9%, 14.5%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9.5% 감소한 2억5000만대에 그친 탓이다.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삼성전기는 상반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중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2분기도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애플 비중이 높은 LG이노텍도 아이폰14 시리즈의 판매 부진과 하반기 신제품 대기 수요로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