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3E 첫 매출 1억달러 그쳐… '기대이하'"수율 불안정"… 범용 D램 대비 수익률 떨어져SK하이닉스 80%대 수율 '넘사벽'엔비디아 퀄테스트 중인 삼성 수율도 촉각
  • ▲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D램 시장 대세로 떠오른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HBM3E'의 첫 성과 공개가 시작되면서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HBM3E 매출을 밝힌 마이크론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나타내며 1위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직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 단계인 삼성도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3분기(2~5월)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 2월 양산을 발표한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해 발생하기 시작한 첫 매출액을 밝혔다.

    이날 마이크론이 밝힌 HBM3E 매출 규모는 1억 달러(약 1387억 원)다. 시장 예상치는 물론이고 앞서 마이크론이 밝혔던 올해 HBM3E 연간 매출 목표인 7억 달러(약 9715억 원)를 달성하기 위한 분기 실적으로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망이 이어졌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물량을 포함해 내년까지 전량 매진된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올해 연간 매출액은 수억 달러, 내년에는 수십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은 곧바로 실망감을 표했다. 실적발표 직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7.12% 급락한 132.23달러로 마감했고 AI(인공지능) 시장에 대한 회의론도 나올 정도로 특히 HBM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우려로 바뀌었다.

    마이크론이 밝힌 HBM 실적을 기반으로 이익률을 따져봤을 때 아직은 기존 나머지 D램의 이익률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SK하이닉스에 이어 HBM 시장 2인자를 자처하는 미국 메모리 메이커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발표 숫자만 놓고 보면 사실 2인자답지 않다"며 "범용 D램의 매출총이익률(GPM)이 36~37% 임에 반해 HBM은 29~30%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HBM은 범용 D램 대비 최대 6배 이상 높은 수익성을 갖춘 고부가 제품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고성능 D램으로 AI 반도체에 필수로 탑재되면서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데다 높은 몸값으로 메모리업체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지 오래다.

    하지만 현실에선 단순히 HBM을 판다고 고수익을 얻는게 아니라는 점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이 나와야만 HBM 사업으로도 승산이 있다는 게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론과 다르게 HBM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의 수율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3월 양산에 성공해 엔비디아에 공급을 개시한 SK하이닉스는 80%에 가까운 수율로 HBM3E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었고 2분기 실적을 통해 이 같은 높은 수율로 거둔 HBM3E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권 교수는 매출총이익률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HBM3E 대비 2~2.3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권 교수는 "마이크론의 HBM 이익률이 범용 DDR보다 낮게 나오는 것과 대조적으로 SK하이닉스 HBM 이익률은 범용 DDR의 2배를 넘기고 그 격차 또한 더 벌어질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HBM 공정 수율이 생각보다 상당히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아직 엔비디아에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도 조만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처럼 HBM3E 공급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수율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사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불리한 측면이지만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대비 압도적인 생산능력(CAPA)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