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2년간 1300억 적자조달금리 상승→실적 악화 '악순환'이와중 1.8조 상생금융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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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가 2금융권으로 확대되자 카드사들이 연이어 상생금융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조달금리 인상,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을 겪는 상황에서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19일 하나카드는 30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도울 수 있도록 연 1500억 원을 지원하고 1500억 원 상당의 신용대출 금리우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카드사 중 다섯 번째 상생금융 참여다.

    지난달 2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문한 우리카드는 2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발표했다. 이후 ▲현대카드 6000억 원 ▲롯데카드 3100억 원 ▲신한카드 4000억 원 등 연이어 동참했다. 이날 기준 카드사들의 상생금융 지원액은 총 1조 8300억 원에 달한다.

    금융사들의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드사 등의 형편이 녹록치 않은 실정에 상생금융 지원금액이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28% 감소한 5866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날 3000억 원 상당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한 하나카드의 경우 같은 기간 19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540억 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에 비해 약 64% 가량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실적이 확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에 있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9일 기준 여전채(3년물, AA+) 금리는 4.296%를 기록했다. 올해 초 5%대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3월 3% 후반까지 내려왔지만, 지난 5월부터 다시 오르면서 지난 14일 4.305% 12일 4.387% 등 이달 들어 4.3%대에서 거래하는 날도 잦아지는 등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더 떨어질 수 없이 낮아진 가맹점 카드 수수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도입한 이후 11년간 총 14번의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약 92%의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할수록 카드사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이며, 카드업계의 최근 2년간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약 1300억 원 적자로 나타났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3년마다 한 번씩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를 통해 생색을 내고 있다"면서 "전체 가맹점의 약 92%가 실질 수수료율이 0이거나 환급받는 등 카드 수수료 부담 없고 과거 여신협회 설문조사에도 자영업자 중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고 응답한 비중은 2.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수수료 부담도 생겼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에 결제 건당 약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도 지난달 오는 8월 10일 부 삼성페이 수수료 면제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유료화 전환을 암시했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유사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약 1000억 원 상당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 상승은 물론 들어오는 수수료는 줄어들고 나가는 수수료는 많아지는 등 카드업계는 지금 돈 나갈 일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 "이 원장께서는 카드업권 전반에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언의 압박을 느끼지 않고서야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카드사가 연이어 상생금융안을 발표하겠나"라고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