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1년9개월 만에 2%대 진입했지만, 다시 내리막성과급·상여금 등 특별급여 기저효과로 명목임금 상승 제약5월 기준 근로시간 전년比 7.1시간↓…종사자수는 41.7만명↑
  • ▲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고용노동부
    ▲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고용노동부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떨어지며 물가 하향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실질임금은 여전히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한 데 이어 1~5월 누계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하락에도 실질임금 감소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경기둔화 여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과급·상여금 등의 특별급여가 줄면서 명목임금 상승이 둔화한 탓이다.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6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70만 3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359만 2000원)과 비교해 3.1%(11만 1000원) 올랐다. 

    상용 근로자와 임시일용 근로자 모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용 근로자는 391만 9000원으로 3.5%(13만 2000원), 임시일용 근로자는 176만 7000원으로 1.4%(2만 4000원) 각각 늘었다.

    1~5월 누계 명목임금은 397만 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5%(9만 5000원) 증가했다.

    임금총액이 많은 산업은 '금융·보험업'(637만 5000원)과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92만 4000원) 등이었다. 반대로 '숙박·음식점업'(205만 4000원)과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262만 1000원) 등은 임금총액이 적었다.

    실질임금은 줄어들고 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임금은 올 2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5월 기준 실질임금은 333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2% 하락했다. 앞서 4월(-0.2%)과 3월(-2.6%)에도 실질임금은 감소했다.

    실질임금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올 2월 들어 0.7% '반짝' 반등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 1~5월 누계를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락한 수준이다. 5월까지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 8000원으로 1년 전(366만 원)보다 1.7%(6만 3000원) 감소했다.
  • ▲ 근로자 1인당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고용노동부
    ▲ 근로자 1인당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고용노동부
    이는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올 1월 5.2%를 기록한 이후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 감소세다. 6월 물가는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1년 9개월 만에 상승률이 2%대에 진입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월 기준 2.3%로 2021년 3월(2.1%)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역시 4.1%로 올 4월부터 3개월 연속 축소했다.

    물가가 내림세인데 실질임금엔 체감이 없는 이런 배경에는 임금 중 '특별급여'의 변동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인 정액급여와 초과 근무 시 받는 초과급여, 성과급·상여금 등을 뜻하는 특별급여로 구성된다. 이 중 특별급여의 등락이 실질임금에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실질임금이 10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던 올 2월(0.7%)에는 특별급여가 1년 전보다 20.9%(55만 4000원)나 크게 올랐다. 같은 달 정액급여(4.4%)와 초과급여(-0.2%)는 소폭 오르내렸다. 

    10개월 동안 실질임금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던 올 1월(-5.5%)에는 정액급여(3.9%)와 초과급여(2.1%)가 모두 상승한 데 반해 특별급여만 10.1%(130만 원) 하락했다. 실질임금이 2.6% 감소한 올 3월 역시 특별급여가 10.9%(48만 8000원) 축소했다.

    지난 5월(-0.2%)에는 정액급여(3.8%)와 초과급여(8.0%)가 모두 늘고 특별급여(-3.9%)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4월(-0.2%)에는 특별급여(5.8%)의 상승세에도 실질임금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특별급여가 10~20%대로 오르내렸던 달과 비교하면 보다 완만한 수치다.

    노동부도 특별급여를 임금 수준의 주 변화 요인으로 꼽는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향숙 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상용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 둔화에는 아무래도 특별급여 감소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5월 높은 특별급여 상승에 따른 기저영향이 있고, 지난해엔 5월에 지급했던 특별급여를 지급시기 변경으로 하반기에 지급하는 경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임금의 상승에 대해선 아직 어려운 국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해석을 내놨다. 정 과장은 "실질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면서 "반도체 경기부진 등의 영향이 있고, 중국이 얼만큼 회복하느냐에 따라 우리 수출 부진도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임금도 서로 역동적인 관계를 맺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5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54.7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달(161.8시간)보다 7.1시간 줄었다. 상용 근로자는 162시간으로 6.5시간, 임시일용 근로자는 89.4시간으로 9.2시간 각각 축소했다.

    종사자 수는 6월 기준 1987만 5000명으로 1년 전(1945만 8000명)보다 2.1%(41만 7000명) 늘었다. 상용 근로자는 29만 5000명(1.8%), 임시일용 근로자는 11만 7000명(6.2%), 기타 근로자는 5000명(0.4%) 각각 증가했다.
  • ▲ 종사자 수와 증감률 추이.ⓒ고용노동부
    ▲ 종사자 수와 증감률 추이.ⓒ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