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이하 직원 밀알정보 의무제출… 月10만~30만원 활동비 정액 지급지난해 458.1억원 지급, 매년 증가세… 성과평가 기준 '애매모호'일반국민 제보포상금은 지급기준 까다로워…탈세장부 제출해야 수령국세청 "세원전반에 활용·추징액 산출 어려워"…예정처 "활용실적평가 개선 필요"
  • ▲ 국세청 ⓒ국세청
    ▲ 국세청 ⓒ국세청
    국세청이 일반 국민에게 주는 연간 100억 원대의 탈세제보 포상금은 지급기준을 까다롭게 관리하면서 국세공무원이 평소 수집·제출하는 밀알정보(직원정보자료)는 객관적인 평가 없이 연간 400억 원 이상을 활동비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밀알정보의 정보 가치를 의미하는 채택률이나 이를 통한 추징세액 등 실적과 상관없이 1건을 제출하든, 10건을 제출하든 일률적으로 활동비를 주다 보니 국세공무원 용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밀알정보 수집 예산 집행 현황을 보면 지난 2018년 423억5600만 원(예산 대비 집행률 99.9%), 2019년 428억900만 원(99.9%), 2020년 439억5600만 원(99.2%), 2021년 445억5000만 원(99.9%), 2022년 458억1000만 원(99.6%)으로 매년 늘어났다.

    밀알정보 수집은 2010년 3월 시행했다. 국세공무원이 업무 또는 일상생활 중 취득한 정보를 국세행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제출한 정보는 세원관리나 탈루유형 발굴, 사후검증, 체납징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토록 했다. 복수직 서기관(4급) 이하 직원은 밀알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업무분야에 따라 월정액의 활동비를 차등 지급한다.

    중요 조사나 전문·취약분야는 월 30만 원, 조사분야·체납전담분야는 월 24만 원, 세원관리분야는 17만 원, 민원·납세자보호·기타 등은 월 10만 원을 준다. 지난해의 경우 국세청 전체 정원 2만1584명 중 93.8%인 2만242명이 밀알정보 수집 활동비 지급대상이었다. 대부분 국세공무원이 밀알정보 활동비를 월정수당처럼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국세청은 활동비 지급과는 별개로 밀알정보 수집 실적이나 활용이 우수한 직원이나 부서에는 본청의 기본경비 중 기타운영비를 활용해 성과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지급된 성과격려금은 2018년 2900만 원, 2019년 1920만 원, 2020년 1100만 원, 2021년 1200만 원, 지난해 1200만 원 등이다.

    밀알정보 제도 도입 초기에는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감에 질 낮은 정보 제출이 많다는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2012년 국감 당시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직원 대부분이 동네 김밥집, 약국, 호프집 등에서 수집한 정보들로, 3~4개의 단골 메뉴를 반복 제출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마저 영세사업자 정보가 대다수로, 세무조사를 나갈 수도 (없고) 세수확보에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예산안 심사보고서를 통해 밀알정보의 질이 낮아 활용이 미흡한 데도 관련 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논란에 국세청은 2019년부터 성과평가(BSC) 제도를 개편했다. 밀알정보 수집 점수는 총 3점으로, 기존에는 밀알정보 제출 건수나 채택률 등으로 받는 기본 점수는 2.5점, 우수 정보에 주는 가점은 0.5점이었다. 이를 2019년부터는 기본 점수를 2점으로 줄이고 우수 정보 가점은 1점으로 올렸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문제는 우수 밀알정보의 선별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탈세제보 포상금의 경우 해당 제보를 통해 추징한 세액이 얼마인 지를 철저하게 따져 포상금을 지급한다. 탈세제보를 통해 연 1조 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해도 포상금 규모는 연 100억 원쯤에 머무는 주된 이유다.

    국세청이 포상금 지급에 야박한 이유는 제보자가 '중요한 자료'를 제보했을 때에만 포상금을 준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탈세한다는 것을 제보자가 알고 있어도 "A가 차명계좌로 탈세했다"는 내용만 제보했다면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지 못한다. A가 탈루한 구체적인 자료나 장부를 제출해야만 탈세제보로써 인정돼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밀알정보는 우수정보를 채택하는 기준이 사실상 베일에 싸여있다. 국세청은 밀알정보가 업무 활용성이나 국세행정에 미치는 유익성, 정보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 우수 정보를 채택한다는 태도다. 하지만 밀알정보를 활용해 세금을 얼마나 추징했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는 제출한 밀알정보를 다른 국세공무원이 단순 조회만 해도 활용 또는 채택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밀알정보 채택률은 매년 85% 이상이다. 지난해만 해도 제출된 밀알정보 9만7576건 중 8만5839건(87.9%)이 채택됐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발간한 '2022년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밀알정보 성과시스템 부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밀알정보의 단순 조회 여부를 활용실적에 포함하기보다는 해당 정보가 실제 세액추징 등에 활용됐는지를 측정·반영할 수 있도록 밀알정보 활용실적 평가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세원관리 전반에 쓰이는 밀알정보의 추징실적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밀알정보는 국세공무원이 일상생활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면서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일종의 실비변상 성격이어서 월정액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의원실은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선정했다는 우수 밀알정보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강 의원실에 보낸 답변자료를 통해 "밀알정보는 탈루유형 발굴, 성실신고 지원을 위한 세원관리, 탈세혐의 분석과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 전반에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세무조사 이전 단계로 징수액과 연동해 결과를 산출할 수 없다"며 "세무조사는 밀알정보로만 실시하는 게 아니다. 조사결과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복합적으로 결정돼 밀알정보 기여분과 관련 징수액을 구분·측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