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증시서 3.6조원 순매도…개인이 물량 받아2차전지株 본격 매도 폭탄…7월 순매수서 돌변韓 경제 성장률 줄줄이 하락…자금 이탈세 지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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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과 기관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폭등하자 본격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 장기화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1조285억원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2조5857억원을 순매도했다. 6거래일간 총합 3조6142억원을 내다 판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서 3조6087억원을 사들였다. 그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개인이 온전히 받아낸 셈이다.

    이날도 기관은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주체별 수급을 보면 오후 2시 30분 기준 외국인은 249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301억원, 38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추세적 이탈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급등한 2차전지 관련주 관련 차익실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섹터 대형주들을 집중해서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 1689억원, 엘앤에프 944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도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을 각각 632억원, 260억원가량 순매도하며 매도 상위권에 올렸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POSCO홀딩스(-2868억원), LG에너지솔루션(-1280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가 거셌다.

    이는 시장에서 2차전지주를 사들이던 지난 7월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외국인은 앞서 지난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각각 1조1552억원, 1조636억원을 사들이며 코스닥 시장 내 압도적인 순매수 1‧2위에 올렸다. 엘앤에프 또한 753억원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5위를 기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했던 2차전지나 반도체 등 고평가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됐다"라며 "이들 업종에 쏠려 있던 수급이 저평가 업종으로 분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증시 자금 이탈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와 더불어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가면서 국내 주식시장 내 외국인‧기관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국제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보다 0.2%포인트 낮춘 1.3%로 제시했다. 이는 홍콩(4.7%), 중국(5.0%), 대만(1.5%), 싱가포르(1.5%) 등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지난 6월에는 직전 3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1.5%의 전망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1.5%에서 7월에 1.4%로 하향했다.

    반면 세계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다. IMF는 지난 7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 지난해 4월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높였다. OECD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지난 6월 2.7%로 올렸다.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끌어 내린 주요 원인은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초전도체 등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사그라들 경우 그동안 저평가됐던 이른바 '저평가 성장주'가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주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 압력으로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패닉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라며 "그동안 2차전지 대비 소외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인터넷, 바이도 등 성장주 진입 기회를 노리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기업의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펀더멘털 개선 대비 단순히 수급에 의해 급격하게 상승했던 특정 테마나 주식군은 하락으로 끝났던 경우가 많았다"라며 "짧게 보면 수급이 지배하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길게 보면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