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도입 경쟁 본격화신한 적립금, 하나 증가액, KB 수익률 1위 어필은행권 2분기 적립액 179조… 전체 52% "단기 상품 위주 포트폴리오 걱정"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퇴직연금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수익률, 적립액 관련 단기적 성과를 앞세우며 마케팅에 나섰다. 

    퇴직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한데 단기적 성과로 고객을 유혹하면서 소비자 혼란을 유도하고 금융사들이 본래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345조 8140억원 중 52%인 179조3882억원이 은행에 유치됐다. 이중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은행권의 78%, 전체의 40%가 넘는 140조2638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2분기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적립금액도 5대 은행이 전체상품적립액 1조 1019억원 중 88.6%(9768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 격차도 수백억 수준이라 경쟁 판도는 언제든지 엎치락 뒤치락 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는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달 12일 정식 도입됐다. 상품의 위험등급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나뉘며, 실적배당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위험도는 커지는 반면 수익률의 등락폭도 함께 높아진다.

    은행들은 저마다 수익률, 적립률 1위 등을 뽐내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고위험상품1이 지난 7월 19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분기 기준 전체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중 1위 실적(3개월 5.83%, 6개월 14.1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 상품 중 고위험 포트폴리오 상품2의 연 환산 수익률은 21%를 넘어섰으며, 중위험 1호 15.42%, 고위험 1호 13.37%, 저위험 2호는 10.83%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43개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금 1위(3333억원)를 달성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하나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면에서 1위를 달성했다고 자찬했다. 

    지난 6월말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2조2000억원 증가한 29조5000억원으로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 퇴직연금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했다.

    하나은행은 2분기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도 시중은행 중 1위를 달성했다. 이는 금리 경쟁력이 있는 원리금보장상품과 ETF, ELB, 채권, 펀드 등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구성된 최적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률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얻어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사전지정운용제도 승인 상품과 성과 공시가 시작된 이후 우려했던 단기 성과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평가가 의무화되고 연말 정부가 추진하는 수상에 사업자별 운용 성과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금융사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은 중장기 수익률 극대화에 운용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공시 시작으로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분위기”라며 “단기 성과가 우수한 일부 상품 위주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재편성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