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입출→파킹통장→수시입출하루씩 이자 받는 상품 늘며 '짠테크정기예금 12.3조 늘어… 원가 부담 증가
  • ▲ 정기예금 특판ⓒ연합뉴스
    ▲ 정기예금 특판ⓒ연합뉴스
    직장인 정기성(34)씨는 월급날인 매달 25일이 되면 전액을 인터넷은행 파킹통장으로 옮긴다. 카드값이나 공과금 자동이체일이 되면 계좌를 채웠다가 다시 빼는걸 반복한다. 파킹통장에 쌓인 돈은 매일 이자받기를 통해 일복리 효과를 누린다. 100만원 이상 돈이 모이면 미련없이 적금을 붓는다. 정 씨는 "하루 200~300원 수준의 이자지만, 입출금통장에 두면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한달이면 1만원 가량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은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기예금 잔액은 부쩍 늘어 자금조달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수신잔액은 2228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3조1000억원 줄었다.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로 시중은행으로 몰렸던 대기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간 탓이다. 특히 수시입출식 계좌에서 36조6000억원 인출됐다. 정기예금은 오히려 12조3000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8조7000억원 감소해 85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13조3000억원 늘어 957조7000억원이 됐다.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잔액차이는 지난해 말 45조원에서 지난달 107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벌어졌다. 금융소비자들의 이자수익은 늘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자금 원가가 비싸진 셈이다.

    몰려드는 고비용 유동성에 은행들의 고심은 깊다. 최대한 수신 경쟁을 자제하면서도 언제 생길지 모르는 자금이탈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주력상품 금리는 연 3.65~3.69% 수준이다. 당장 1금융권인 NH농협은행만 가도 연 3.85% 정기예금을 판매 중인 것과 비교하면 수신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는 모습이다.

    시중은행과는 달린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수신경쟁은 치열하다. 다올저축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은 연 4.5% 금리를 제공하며 OK저축은행은 연 4.4% 상품을 팔고 있다. 한차례 뱅크런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는 지점마다 연 4.5~5.0% 수준의 금리를 내세운다. 서울 한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31일 연 7.7% 금리의 특판 상품을 판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부실률이 치솟으면서 돈되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가 쏠리는 현상"이라며 "당분간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자금조달이 양극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